[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인 11월 11일을 앞두고, 국가보훈부가 지자체와 학교에 보낸 공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묵념을 하는 인증 사진을 송부할 것을 요청한 건데,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도 맞지 않는 데다 강요로 여겨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주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11월 11일 11시.
6.25 전쟁 당시 희생된 유엔 참전영웅을 위해 1분간 묵념하자는 국가보훈부의 홍보 영상입니다.
그런데, 추모일을 앞두고 보훈부가 지자체와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면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희생과 헌신을 기린다는 의미는 이해하지만, 학생 등을 동원한 보여주기식 행사로 추모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김고종호 / 현직 고등학교 교사]
"제가 교사된 지 15년이 됐지만, 6월 보훈의 달에도 이렇게 전체 학생이 묵념을 해서 사진을 찍어 보내라는 식의 교육을 하라는 공문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어요."
국가보훈부가 보냈다는 공문을 살펴보니, 유엔 전몰장병이 안장된 부산을 향해 1분간 묵념하라는 내용과 함께, 묵념하는 사진을 첨부해 지정 날짜까지 송부하라는 요청이 담겨 있습니다.
김제와 익산, 부안 등 전북의 절반을 관할하는 전북서부보훈지청은 각 지자체와 초·중·고등학교에 직접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별도로 참여 방법을 안내하면서 인증 사진과 함께 담당교사와 연락처를 적도록 했고, 구체적인 시나리오 안까지 제작해 첨부했습니다.
공문 어디에도 제출된 사진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
"의무사항이나 강제 사항은 아니고 실시했는가 한 번 저희가 확인, 그냥 참고하고자 했던 거고요.."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경숙 / 조국혁신당 의원]
"독립 운동가들에 대한 추모를 하고 교육적 측면에서는 감사하는 마음을 자발적으로 갖게 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역사 인식, 역사 정의 이런면에서도 굉장히 위배되는 측면이 있는 거죠."
한편 전주와 완주, 진안 등을 관할하는 동부보훈지청은 보훈부에서 같은 공문을 받았지만 자체 판단하에 학교와 지자체에는 발송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