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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콘크리트 바닥이 꿈틀꿈틀".. 미얀마 천년고도 문화유적 어쩌나
2025-03-28 5693
유룡기자
  yuryong@jmbc.co.kr

천년고도 '바간'의 사원 '술라마니 파토'의 일몰, 일주일 전

[편집자 주]


"미얀마가 규모 7.7의 강진에 무너졌습니다. 취재 기자는 마침 천년고도 '바간'과 '만달레이'를 답사하고 양곤으로 되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미얀마 역대 최대 규모 충격적인 지진의 단면을 현장에서 전합니다."



오늘(28일) 현지 시각 12시 50분쯤 규모 7.7의 강진으로 이곳 마얀마인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반나절이 지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진이 발생한 당일 기자는 진앙지인 만달레이를 출발해 6백여 km 떨어진 미얀마의 중심지 양곤으로 마침 돌아왔고, 낮 1시가 다가오는 시각에 길거리에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도로가 좌우로 흔들 흔들 하는 이상한 기분이 느껴져 가게 천막을 올려다 봤는데 그 순간 가게 주인이 영어로 earthquake을 외치면서 밖으로 뛰쳐 나가길래 덩달아 도로로 도망쳤습니다. 


콘크리트 도로가 마치 물렁물렁한 진흙처럼 꿈틀댔다는 것이 당시의 느낌입니다. 


주변의 미얀마인 역시 하나같이 건물 밖으로 달려나와 불안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대형 호텔에서도 투숙객들을 모두 로비로 대피시키는 비상조치가 이뤄졌습니다. 


로비에 대기하던 이들은 약 1시간이 지나 여진이 없는 것이 확인된 뒤에서야 객실 진입이 허용됐습니다. 


지진이 발생한 곳은 일찍이 11세기에 왕국이 형성됐던 사가잉 지역인데요, 우리가 흔히 만달레이라고 부르는 곳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만달레이 지역은 1800년대 후반 영국에 점령당할 때까지 아마라푸라, 잉와 등 여러 왕조가 이어진 미얀마의 과거 수도입니다. 


높이 4미터 불상에 신도들이 온통 금박을 입혀 금이 10톤이 넘는다는 마하무니 사원을 비롯해 만달레이 왕궁 등 유적이 가득해 관광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습니다.



 


이 지역주민들은 부처를 모시며 수시로 축제를 여는 선한 마음의 사람들인데요, 안타깝게도 이번 강도 7.7의 지진으로 피해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진 전날 오후까지 머물던 만달레이의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현재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아 통신 두절 또는 여타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미얀마는 지진과의 악연이 끊이지 않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천년 고도인 바간에서 지난 2016년 규모 6.8의 큰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하늘로 높이 솟은 불탑 4천여 개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피해를 입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던 겁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만달레이와 바간이 불과 178km 밖에 떨어지지 않아 불행이 다시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큽니다. 


이곳 미얀마에는 사가잉 단층이라는 단층대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어 지진의 영향에서 앞으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얀마 양곤에서 MBC NEWS 유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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