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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클래스M] 방언이란 무엇인가?
2025-03-29 3435
류동현기자
  donghyeon@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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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말씨는 새초롬하고, 강원도 말씨는 순박하며, 경상도 말씨는 씩씩하다. 충청도 말씨는 정중하며, 전라도 말씨는 맛깔스럽다.”


1900년 10월 9일 자, 황성신문에 실린 논설문의 일부분입니다.


새초롬하고, 순박하며, 씩씩하고, 정중하며 맛깔스러운 방언은 무엇인지, 우리 방언의 맛과 매력에 빠져볼 텐데요.


인문 클래스 시즌3! ‘방언의 종말 1’ 방언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충훈 아나운서]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온다라인문학센터와 함께 우리 주변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즐기는 인문 클래스 시즌3! 전주대학교 국어교육과 하영우 교수님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하영우 전주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

안녕하세요, 전주대학교 국어교육과 하영우 교수입니다.


[진행자]

인문 클래스 시즌3! 하영우 교수님과 함께 하는 첫 번째 시간인데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하영우]

오늘은 ‘방언의 종말’이라는 주제의 첫 번째 시간인 만큼 방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방언을 이야기할 때 늘상 함께 이야기되는 것이 표준어인데요. 표준어와 방언을 헷갈리거나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아서 표준어와 방언의 차이를 살펴보고요. 마지막으로 방언 이야기하면 공통적으로 흥미롭게 생각하는 지역이 제주도인데요, 제주 방언을 대상으로 방언이라는 것이 어디까지가 방언이고, 어디부터 별도의 언어라고 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얼핏 생각하기에 방언과 표준어는 모두가 잘 아는 말인 것 같기도 한데요, 방언과 표준어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아는 것과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가요?


[하영우]

방언과 표준어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알고 계시는 그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제 경험담을 통해서 방언과 표준어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두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해 볼까 합니다. 저는 국어학자이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한국어의 말소리를 연구하는 음성학 전공자입니다. 아무래도 음성학이 주전공이다 보니까 사람들을 처음 만나면 습관처럼 그분들의 목소리나 말투 같은 것을 좀 유심히 관찰하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방언적 배경도 찾아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자기 말투나 방언에 대해 묻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중에 “교수님 저는 방언을 거의 안 쓰죠?” 하는 물음도 있습니다. 그런데 ‘방언을 안 쓴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진행자]

요즘 대학생들은 방언을 실제로 거의 안 쓰는 것 같기도 한데요, 방언을 안 쓴다는 게 왜 앞뒤가 안 맞는 말일까요?


[하영우]

네, 맞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이전에 비해 방언 사용량이 훨씬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교육 수준이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져서 표준어 사용이 늘기도 했고, 표준어 사용을 지향하는 경향도 좀 커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자기 지역의 방언을 거의 안 쓴다는 것이 방언을 안 쓴다는 것과 같은 뜻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방언을 안 쓴다”는 말이 성립되기가 어렵습니다. 학생이 질문했던 “저는 방언을 거의 안 쓰죠”라는 말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 지역의 말이 아닌 수도권 지역의 말, 흔히 말해 서울말을 쓴다는 것인데요, 서울말도 방언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서울말을 쓴다는 의미로 방언을 안 쓴다고 한 것은 말이 잘못된 것이죠. 정확히 말을 하면 “저는 서울 방언을 씁니다”라고 말해야지, “저는 방언을 거의 안 씁니다”라고 말하면 틀린 말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말씀을 드리면, 사실 질문했던 친구는 서울 방언을 쓰지도 않았습니다. 이건 비단 질문했던 학생만 그런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생들은 서울 방언을 쓰지 않고요, 수도권 지역에서 나고 자란 젊은 세대들도 사실 서울 방언을 온전히 다 쓴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고유한, 원래의 서울 방언은 우리가 아는 것과 좀 다르거든요.


[진행자]

서울말도 방언이라는 게 좀 생소하게 들리기도 하고요, 서울 방언을 안 쓴다는 것도 좀 이상하게 들립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것과 원래의 서울 방언은 다른 것인가요?


[하영우]

예전에 한글박물관에서 방언에 관한 기획 전시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서울 방언과 관련해서 너튜브 영상도 제작했었습니다. 거기에서 나온 서울 토박이들의 말을 예로 들면 서울 토박이들은 ‘태어났어요’를 ‘태어났에요’라고도 합니다. 그러니까 “어요”를 “에요”로 쓰는 거죠. 또 ‘운동하다’ 같은 ‘하다’를 ‘허다’라고 쓰기도 합니다. 이런 서울 토박이 화자들의 고유한 서울말을 비수도권에 있는 젊은 친구들이 따라 쓰지는 않거든요. 더구나 이런 서울 방언은 수도권 지역의 젊은 세대들도 잘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울말 써요”라고 말할 때는 잘 생각을 하고 발언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행자]

서울말도 방언이라면 사실상 각 지역의 말은 다 방언이라고 보면 맞는 건가요?


[하영우]

네, 맞습니다. 좀 범범하게 정의하자면 ‘방언’은 특정 지역이나 권역, 특정 집단에서 쓰는 말 정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방언이라는 말의 기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언은 오방지언의 준말인데, 이때 오방은 동서남북의 동방, 서방, 남방, 북방과 중방을 합친 개념입니다. 그리고 다섯 지역은 각각 동등한 자격을 지닙니다. 한국어의 방언은 크게 구분할 때는 중부방언, 서남방언, 서북방언, 동남방언, 동북방언의 다섯 개로 나누고요, 제주 방언은 지리적으로나 방언학적으로 좀 특수해서 따로 서남방언에서 떼어서 분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다섯 지역의 방언이 모두 모이게 되면 우리는 그걸 한국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한국어는 각 지역 방언의 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방언이 다 모이면 한국어가 되는 거군요. 그럼 방언을 안 쓴다는 그 학생은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하영우]

아마도 그 친구는 자신이 수도권 지역 사람들의 말을 쓰는데, 그것이 표준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수도권 지역의 말이 곧 표준어는 아니기 때문에 이 또한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표준어를 제정할 때는 서울말을 바탕에 둔 것은 맞지만 서울 지역의 말이 곧 표준어라는 것은 아닙니다. 표준어는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이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방언처럼 실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행자]

표준어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말이라는 것이 선뜻 다가오지 않는데요. 그럼 방언과 표준어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하영우]

앞서 말씀드렸듯이 표준어는 공용어로 쓰기 위해 인위적으로 특정한 규범에 맞추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그래서 표준어는 표준어 규정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존재하고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고정된 상태로 유지가 됩니다. 표준어는 개념적, 제도적으로 만들어진 말이기 때문에 실존한다고 보기 어렵고요, 표준어를 쓴다고 해도 모든 말을 100% 표준어로 사용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방언은 특정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말이기 때문에 자연 발생적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지역 사람들 사이에 실존합니다. 그리고 방언은 표준어처럼 규정된 말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말이 바뀌기도 하고,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표준어는 인공적으로 만든 말이고, 방언은 한국어로서 실존하는 지역의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런데 표준어도 바뀌지 않나요? 예전엔 자장면만 표준어였다가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됐잖아요.


[하영우]

네, 표준어도 바뀔 수 있습니다. 현재도 필요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있고요. 표준어는 공용어로 정해 둔 일종의 규정화된 말이기 때문에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규정을 수정함에 따라 바꿀 수 있습니다. 이게 방언과 큰 차이이기도 합니다. 방언은 규정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에 의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말이기 때문에 누군가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그 지역 사람들은 모두 자장면이라는 말만 쓰고 짜장면은 안 쓰는데, 이장님 같은 분이 갑자기 ‘오늘부터 짜장면도 씁시다’ 한다고 해서 그 지역 분들이 ‘그럽시다’ 하고 짜장면을 쓰진 않거든요. 그런데 표준어는 규정이기 때문에 이게 가능합니다. 일정한 절차에 따라 규정만 바꾸면 바로 표준어가 바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자장면이나 짜장면처럼 표준어는 수정될 수도 있는데, 표준어를 수정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사람들의 언어 사용에 바탕을 둡니다. 말씀하신 짜장면의 경우 사람들의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표준어로 변경한 것입니다. 


[진행자]

사람들의 사용에 따라 표준어가 바뀔 수도 있군요. 짜장면 말고 다른 예도 있을까요?


[하영우]

표준어를 바꾸는 것과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기억이 나는 단어는 ‘신나다’ 입니다. ‘신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어떤 일에 흥미나 열성이 생겨 기분이 매우 좋아지다”로 정의되어 있는데, 이게 예전에는 한 단어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박사과정 때 동기랑 메신저로 대화를 하다가 제가 ‘신나다’를 붙여 썼더니 그 친구가 띄어쓰기가 틀렸다고, 국어학 전공자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놀리더라고요. 그때 좀 기분이 많이 안 좋았습니다. 띄어쓰기 틀린 것도 좀 부끄럽기도 한데, ‘신나다’를 띄어 쓰는 게 맞나, ‘신나다’를 띄어 쓰면 좀 덜 신나지 않나,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랑 이런 대화를 한 이후에 얼마 안 지나서 표준어 규정이 수정되었는데, ‘신나다’가 단어로 등재됐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좀 신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진행자]

교수님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시니까 앞으로 신나다는 표현을 쓸 때는 교수님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잘 안다고 생각했던 방언과 표준어에 대해서 정확하게 짚어보고, 방언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이해하는 시간인데요. 방언의 정의와 관련해서 다른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까요?


[하영우]

방언의 정의와 관련해서 좀 독특한 지역이 있는데, 바로 제주 방언입니다. 맨도롱 또ㅤㄸㅗㅅ이나 우리들의 블루스, 웰컴투 삼달리 같은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 제주 방언을 다들 한 번쯤은 접하거나,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방언도 제각각 특색이 있긴 하지만 제주 방언은 특색이 정말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한 특색이라는 게 여러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그중에는 ‘진짜 하나도 못 알아 듣겠다’, ‘이게 한국어가 맞냐’라는 것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전에 제주도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서 많은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인터뷰를 해주셨던 현지 어르신의 제주 방언이 크게 관심을 끌었었는데, 그 이유가 어르신께서 말씀하셨던 제주 방언이 마치 다른 나라의 말처럼 느껴질 만큼 알아듣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거든요. 


[진행자]

제주 방언이 정말 독특하긴 하죠. 독특한 방언 중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것은 어떤 게 있을까요?


[하영우]

제주 방언은 많은 특징을 갖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것은 ‘아래아’라고 생각됩니다. 가끔 식당 간판이나 메뉴판에 아래아를 쓰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청취자 여러분도 한 번쯤을 보셨을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아래아는 조선시대처럼 오래전에 썼던 말이고, 현재는 사라진 게 아닌가요?


[하영우]

네, 아나운서님 말씀이 맞습니다. 아래아는 대략 16세기에서 18세기 정도를 지나면서 실제 음소로서의 지위를 상실했습니다. 이후에 표기상으로만 존재하다가 20세기 초기부터는 표기로도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국어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아래아가 이전 시기에 존재했지만 근대국어 시기를 지나면서 사라졌고,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언학적으로 보면 아래아는 제주 방언에 현재까지도 실존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래아가 여전히 실존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데요. 학술적으로도 증명이 되어 있는 건가요?


[하영우]

네, 제주 방언에 아직 아래아가 남아 있다는 것은 학술적으로 명확하게 증명이 되어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방언학 연구를 통해서 제주 방언에는 아래아가 있다는 것이 지속적으로 논의가 되어 있었고요, 최근 들어서는 음성 분석을 통해서도 아래아가 실재하고, 어떤 발음적 특징이 있는지도 증명되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제주 지역에 사는 분들은 모두 아래아를 현재까지도 쓰고 있는 건가요?


[하영우]

아닙니다. 아래아가 모든 제주 방언 화자에게 남아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아는 현재 제주 방언 화자 중에 주로 노년층에게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20대처럼 젊은 세대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주 지역 내에서도 아래아가 남아있는 게 지리적으로도 좀 차이가 있습니다. 제주도는 크게 해안가와 중산간 지역 정도로 나누어지는데, 도시 발달 정도가 빠른 해안 지역보다는 도시 발달 정도가 느린 중산간 지역에 계시는 분들이 고유한 방언을 좀 더 강하게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젊은 층은 거의 안 남아있고, 노년층은 강하게 남아있다면, 그 중간 세대인 40~50대는 어떤가요?


[하영우]

네, 40~50대도 아래아가 현재까지 남아 있긴 합니다. 40대이신 분들도 아래아를 쓰시기도 합니다. 예전에 제주도가 고향인 분하고 동문수학을 했던 적이 있는데, 이분이 문서 프로그램 ‘ᄒᆞᆫ글’을 평소에는 ‘한글’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때는 무의식적으로 아래아 발음으로 ‘ᄒᆞᆫ글’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못 알아듣고 ‘형, 뭐라고 했어?’라고 했는데 다시 ‘ㅏ’ 발음으로 ‘한글’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분이 지금은 제주대 국문과에서 제주방언 연구하시는 신우봉 교수님이신데, 이분이 현재 40대 중반이거든요.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는 아주 오래전에 사라진 아래아가 제주 방언에서는 중년층, 노년층에게 아직도 남아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아래아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게 신기하네요. 아래아 외에 제주 방언만의 특수한 방언이 또 뭐가 있을까요?


[하영우]

아래아 이야기를 한 김에 말씀을 드리면, 아래아를 두 번 나란히 써서 쓰는 쌍아래아가 제주 방언에 존재합니다. 쌍아래아는 아래아가 포함된 이중모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ㅏ’와 ‘ㅑ’, ‘ㅓ’와 ‘ㅕ’처럼 ‘ㆍ’도 ‘ᅟᆢ’처럼 이중모음이 있는 것이죠. 이 쌍아래아는 학술적으로 아주 많은 연구가 되어 있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더욱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기도 합니다. 몇 해 전에 제주대 신우봉 교수님과 함께 제주 방언 문헌 자료를 연구했던 적이 있는데, 제가 데이터 분석하다가 쌍아래아를 처음 보고 오래전 출판물이라 인쇄 중에 오류가 있었나보다 하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신 교수님하고 이야기하다가 이게 쌍아래아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쌍아래아가 들어간 단어가 많지는 않은데, 예를 들면 소가 먹는 “여물”의 ‘여’를 쌍아래아로 쓰기도 하고요, “여섯”의 ‘여’도 쌍아래아로 말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아래아나 쌍아래아처럼 말소리와 관련된 것 외에 제주 방언에서 사용되는, 특별히 기억나는 단어가 있을까요?


[하영우]

‘아꼽다’라는 단어가 개인적으로 좀 기억이 납니다. 아꼽다는 제주 방언으로 ‘귀엽다, 사랑스럽다’라는 뜻입니다. 5~6년 전에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는데, 그때 중산간 지역에 있는 마을을 잠깐 둘러봤던 적이 있습니다. 마을 구경을 하는 중에 제주도 토박이 화자로 보이는 할아버지께서 제 딸들을 보고 쌍둥이라 신기하셨는지 이것저것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제주 방언으로 말씀하셔서 그때 뭐라고 하셨는지 거의 못 알아들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들 보시면서 ‘아꼽다’를 반복해서 말씀하신 것은 귀에 들어와서 나중에 찾아보니까 ‘귀엽다, 사랑스럽다’라는 제주 방언인 걸 알게 됐습니다. 아꼽다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가 예쁘기도 하지만 단어가 느낌상 귀엽기도 해도 기억이 납니다.


[진행자]

 ‘아꼽다’라는 말이 정말 귀엽네요. 그런데 국어학자라고 해도 제주 토박이 어르신의 이야기를 다 정확히 알아듣기는 힘든가 봅니다. 


[하영우]

 네, 국어학자가 방언학자라고 해서 모든 방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방언을 연구하시는 분들은 연구 대상 지역이 본인이 나고 자란 곳인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 방언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거나 분석하기 힘든 것들이 꽤 많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제주 방언은 유독 더 특수한 것 같기도 합니다. 경상 방언이나 충남 방언이라고 해서 사실 못 알아듣는 수준은 아닌데, 제주 방언은 토박이 어르신들과 대화할 때 거의 외국어 수준으로 못 알아듣거든요. ‘아꼽다’를 알려주신 어르신도 그랬었고요, 가끔 제주도 여행 가면 뉴스에서 인터뷰하는 어르신들이 있는데, 사실 자막이 없으면 내용 파악이 전혀 안 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에 제주 방언이 한국어의 방언이 아니라 별도의 언어다, 제주어다 이런 오해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제주 방언이 한국어의 방언이 아니라 제주어라는 별도의 언어라는 이야기도 있었군요. 


[하영우]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주 방언은 한국어의 방언 중 하나이지 별도의 언어는 아닙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결정이 된 것 같기는 하지만 실제로 ‘제주어’라는 표현이 있기는 합니다. 모든 방언이 다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각 방언권마다 방언사전이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남 방언을 기록한 전남 방언사전이 있고요, 전북 방언도 몇 해 전에 방언사전이 나왔었죠. 제주 방언도 물론 제주방언 사전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 방언에 관한 사전은 일반적인 방언사전과 많이 다른 점이 있습니다. 2009년에 발간된 제주방언 사전의 명칭이 ‘제주 방언사전’이 아니라 ‘제주어 사전’ 있다는 점입니다. 국어학이나 방언학 전공자가 아니면 제주 방언이나 제주어나 뭐가 큰 차이가 있나 싶으시겠지만 사실 이게 생각보다 큰 이슈가 됩니다. 


[진행자]

제주 방언을 제주어라고 하는 게 큰 의미 차이가 있는 건가요?


[하영우]

네,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주어 사전’에 적혀 있는 ‘제주어’라는 것은 제주 지역의 말이 한국어를 이루고 있는 방언 중 하나가 게 아니라 한국어와 동급으로 처리되는 별도의 언어다라는 뜻이거든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처럼 별도의 언어로 제주어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제주 방언이라는 표현과는 매우 다릅니다. 제주어라는 말이 나온 김에 ‘제주어 사전’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면, ‘제주어 사전’은 ‘제주어’라는 명칭뿐만 아니라 사전 구성면에서도 좀 독특합니다. 이 사전이 제주 방언을 제주어라는 언어 차원에서 다루어지다 보니까 한글 맞춤법이 있듯이 제주어 표기법이라는 게 따로 부록으로 실려 있거든요.


[진행자]

제주어 표기법이 따로 있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듯합니다.


[하영우]

방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제주 방언사전은 일반적인 방언사전과 다르게 명칭을 ‘제주어 사전’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제주어에 붙어 있는 ‘어’는 언어라는 뜻이거든요. 호남방언이나 충청방언처럼 한국어의 하위 방언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는데, 제주방언은 제주어니까 한국어의 한글 맞춤법 규정처럼 별도의 표기법이 존재해야 하겠죠. 그래서 제주어사전 끝 부록에 ‘제주어 표기법’을 만들어 둔 것입니다. 제주어 표기법의 시작 부분은 한글 맞춤법이랑 비슷합니다. 한글맞춤법 제1장 1항에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제주어 표기법의 1장 1항에도 “제주어 표기법은 한글맞춤법에 따라 제주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어 표기법의 경우에 제1장 2항에 보면 “제주어에서 한 가지 의미의 말이 두 이상의 형태로 나타날 경우에는 그 모두를 표기 대상으로 삼는다”로 되어 있어서 한글 맞춤법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와 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또 표기에 쓰는 글자도 다릅니다. 앞서 말씀드린 듯이 제주방언에는 아래아와 쌍아래아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글맞춤법 제2장 4항 “한글 자모의 수는 스물넉 자로 하고, 그 순서와 이름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와 다르게 제주어표기법은 “제주어 표기에 쓰일 글자는 한글 스물 넉자 외에 ‘ㆍ’와 ‘ㅤ?’ 두 자를 추가하되, ‘ㅣ’ 다음에 배열하고, 이름은 ‘ㅇㆍ,’ ‘ㅇ?’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진행자]

제주어 사전을 보면 실제로 제주 방언은 한국어에 속한 방언 중 하나가 아니라 방언의 범위를 벗어난 별도의 언어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영우]

오해하지 않으셔야 할 것은 제주 방언은 한국어의 방언 중 하나입니다. 제주어 사전이 좀 독특한 명칭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주 방언은 한국어의 방언이라는 것에 그 누구도 이견을 갖기는 매우 힘듭니다. 


[진행자]

많은 특이성이 있지만, 제주 지역의 말이 한국어의 방언 중 하나로 설정된다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애초에 이 지역의 말이 방언인지 아니면 별도의 언어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 건가요?


[하영우]

어떤 지역의 말이 방언인지 별도의 언어인지를 판단하는 학술적 기준이 아주 명명백백하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권역의 말이 한국어에 속하는지, 아니면 별도의 언어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언어적 공통점이나 변이 관계 같은 것들을 살펴봐야겠지만, 단지 언어적 특수성에 한정되지는 않고,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적 배경처럼 역사문화적 요소들도 검토된 후에 방언인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주 지역은 그런 의미에서 다들 잘 아시는 것처럼 역사적으로 보나 문화적으로 보나, 그리고 방언학적으로 보나 한국어의 방언 중 하나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사실 좀 학술적인 내용이기도 하고 아직 적극적인 연구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제주방언은 호남방언과 유사한 점들이 꽤 있거든요. 예를 들면 호남방언의 ‘~했는디, 했는고’에서 ‘는디, 는고’는 제주 방언에서도 동일한 형식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방언의 종말 첫 시간! 방언이란 무엇이고, 방언과 표준어의 차이점 그리고 독특한 말맛의 제주 방언도 살펴봤는데요. 흥미로운 시간이었고요, 다음 시간이 기대됩니다.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온다라인문학센터와 함께 우리 주변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즐기는 인문 클래스 시즌3 오늘은 전주대학교 국어교육과 하영우 교수님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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