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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잼버리, 그런데도 장밋빛 보고서 낸 전북연구원
2025-02-06 801
김아연기자
  kay@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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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북자치도의 싱크탱크라는 전북연구원이 대규모 국제 행사마다 효과를 지나치게 부풀리고 있다는 보도, 전해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최악의 국제 행사로 기록된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는 어땠을까요.


각종 취약점들이 대회 전부터 경고됐었지만, 유치를 전후한 전북연구원의 보고서에는 장밋빛 전망만이 가득했습니다.


김아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도무지 무엇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상처만 남긴 채 파국으로 마무리된 새만금 세계 잼버리.


이제 막 매립이 끝난, 단 한 번의 행사도 치르지 않은 간척지라는 지형적 취약점과, 대회 기간인 8월 초의 태풍이나 폭염, 창궐하는 해충 등 기후적 취약점은 결코 돌발적인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충분히 사전에 예측이 가능했지만,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대회를 잘 치러낼지에 대한 고민과 제언은 있었을까요?


새만금 세계잼버리 개최 5년 전인 지난 2018년, 전북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전체 분량의 대부분을 잼버리 개최에 따른 경제적 기대 효과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새만금에 도로와 공항 등 기반 시설을 앞당겨 구축하는 효과부터, 대회를 운영하면서 나타나는 효과, 그리고 국가브랜드 제고 효과까지, 생산유발만 6조 4천억 원, 부가가치도 2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또 대회가 끝난 뒤에도 새만금에 캠핑산업과 관광산업의 발달로 매년 수천억의 경제적 이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예측은 물거품이 됐고, 지역의 상권과 기업들에겐 이득은커녕 손해만 남았습니다.


[판매장 참여 업체]

"한마디로 말하자면 쫄딱 망했죠. 미리 발주를 다 해가지고 했는데...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하고, 들어갔다가 저희들이 진짜 몇 달 동안 고생했어요."


영국 BBC는 "역사적으로 가장 불운했고 위험할 정도로 무모한 대회"라고까지 평가할 정도로 상흔은 컸습니다. 


[김아연 기자]

"그러나 장밋빛 경제 효과만을 나열해놓은 전북연구원의 보고서 어디에도, 잼버리대회에서 예상되는 각종 위험성이나 문제에 대한 분석은 없었습니다."


설령 잼버리가 파행으로 끝나지 않았다하더라도, 연구원의 경제 효과 추산은 애초부터 과도한 것이었습니다.


2015년 일본에서 열렸던 제23회 세계잼버리.


스카우트 대원과 관광객 등 10만여 명이 다녀갔지만 경제적 효과는 같은 해 열린 일본 국내행사인 노인올림픽보다 적었다고 기록돼있습니다.


[히사토미 / 식품 매장 운영]

"(잼버리는) 개최지에서 텐트를 치고 숙박을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음료수나 먹을 것을 사러 손님들만 왔었습니다."


청소년들이 야영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대회 특성상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애초부터 제한적이었던 겁니다.


한 국책연구원도 새만금 잼버리대회에 앞서 "공익적 효과는 있지만 경제성은 낮다"며 “잼버리 개최가 가져다 줄 경제적 효과에 지나치게 큰 기대를 가지면 안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

"들어갈 비용 대비해보니 BC값이 상당히 높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 저희는 산업 파급 효과 이런 것은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에 그런 걸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선 7기부터 전북도가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해온 국제 행사에 있어, 도의 대표 싱크탱크인 연구원의 역할이 고작 맞춤형 경제효과 계산에 국한됐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입니다.


대회 유치를 통해 얻을 이익은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었던 반면, 실패를 통한 손실이 이처럼 심각하고 파괴적이라면 연구기관이 어디에 주안점을 둬 분석해야 하는지는 자명합니다.


6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포진하고 해매다 수십 억원의 예산을 소진하며 전북자치도의 정책 브레인을 자처하는 전북연구원.


하지만 장밋빛 전망에만 기댄 경제 효과는 고사하고, 지역의 이미지까지 실추시킨 잼버리의 사례는 전북연구원의 역할과 기능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아연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

그래픽: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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