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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된 고향집 보고 오열.. 여생 보내려 지은 집도 폐허로
2025-03-26 2088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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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불이 덮친 마을은 마치 전쟁이라도 난 듯 곳곳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수십년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과, 소식을 듣고 멀리서 달려 온 가족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허현호 기자가 안타까운 사연들을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화마가 휩쓸고 간 작은 마을은 그야말로 폭격을 맞은 듯 여전히 매캐한 냄새로 가득합니다.


소방 헬기는 굉음을 내며 머리 바로 위를 스치듯 이리저리 날아다닙니다.


마을 이곳저곳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드문드문 피어오르고,


"여기 막 (연기가) 나고 있어요. 저기 다 하고 또 와서 꺼준다고 하니까.."


땅속 깊이 숨은 불씨를 쫓는 산불진화대원들도 흙을 뒤집고 물을 뿌리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


[염기석 / 정읍시 산불진화대]

"점심때부터 밤 12시까지 작업하다가 아침에 다시 나와서 작업 다시 하는 거예요. 아직은 할 게 많죠. 잔불 정리가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범위가 워낙 넓어서.."


3대에 걸쳐 터를 잡고 6남매를 길러낸 시골 집은 흔적도 없이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온 자매는 수십 년 추억이 깃든 고향 집의 참담한 모습에 서로를 안고 왈칵 눈물을 쏟습니다.


집 뒤편 대나무 숲을 가르던 바람 소리도,

밥때면 둘러앉아 오순도순 함께 수저를 들던 기억도,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재민 딸]

"집이 어디 있는지 모를 정도로 알아볼 수 없게 됐잖아요. 저희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어머니는) 지금 그냥 울고 계세요."


92살 할머니가 십수 년 홀로 몸을 뉘었던 공간도 지금은 벽돌 더미만 남은 폐허가 됐습니다.


귀도 들리지 않고 거동도 거의 못했던 할머니는 마침 집을 방문했던 요양보호사 덕분에 몸을 겨우 피할 수 있었습니다.


산불이 조금만 빨랐거나, 자신이 평소보다 늦게 왔더라면, 요양보호사는 연신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요양보호사]

"(할머니는) 뭔 일인지 모르죠. 귀가 하나도 안 들리니까. [진짜 큰일 날 뻔했네요. 같이 안 계셨으면..] 조금만 늦었으면, 연기가 너무 자욱해 가지고 앞이 안 보이니까.."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듯 벽체에 큰 구멍이 생겨 철근이 삐죽 솟아오른 이 집은 80대 노부부가 살던 곳입니다.


큰마음 먹고 벽돌로 튼튼한 집을 지어 남은 여생을 편히 보내려던 계획은 이번 불로 물거품이 됐습니다.


[김명순 / 이재민 조카]

"없는 살림에 이렇게 집 지었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까.. 완전 '패닉'이세요. [지금 뭐 복구는 엄두도 못 내는?] 엄두도 못 내죠."


집 마당에 묶여있다 공무원들에게 구조된 하얀 개는 까만 그을음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여전히 겁에 질린 듯 보입니다.


추억과 삶의 공간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된 금동마을 주민과 가족들은 상상하기 힘든 막막함에 휩싸여 있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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