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업무협의를 위해 의원 사무실에 찾아온 공무원들 앞에서 버젓이 담배를 꺼내 문 한 도의원 이야기, 지난주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몇몇 도의원들은 한 술 더 떠서 자신의 사무실에 아예 예산을 투입해 흡연용 환풍기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도의회를 관리하고 있는 사무처, 말리기는 커녕 대대적인 수요조사까지 실시했습니다.
정태후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12대 도의회가 개원한 지난달 몇몇 도의원들이 자신의 사무실에 환풍기가 필요하다며 의회 사무처에 설치를 요구합니다.
의원 사무실 안에서 담배를 피울 때 연기를 빼낼 수 있도록 환풍기 설치 예산을 세우라는 것입니다.
황당한 요구에 대해 도의회 사무처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더 황당하게도 과연 몇명의 의원들이 환풍기를 필요로하는지 대대적인 수요조사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도의회 사무처 직원]
"한 분 한 분 (설치)하는 것보다 수요조사를 한 번 해봐 가지고, 한 번에 (설치)하면 공사비가 싸니까..."
그러다 지난주 자신의 사무실에 찾아온 공무원들 앞에서 담배를 피운 한 도의원 사례가 전주MBC 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부랴부랴 이를 백지화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결정에 도의장과 사무처장 등 고위직까지 나서 회의를 해야 했습니다.
[도의회 사무처 직원]
"언론에 나왔고 그래서 그것(환풍기 설치)은 안 하는 걸로, 의장님하고 사무처장님하고 상의해서 안 하는 걸로 정리했습니다."
도의원들의 사무실 흡연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예산이 투입돼 담배 연기가 빠져나갈 적당한 높이의 유리창 앞에 환풍기를 설치한 의원 사무실이 상당수에 달합니다.
의원실을 찾아오는 공무원은 물론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의원실을 배정받는 비흡연 의원들도 찌든 담배냄새에 고통을 호소합니다.
[현직 도의원]
"(전임 도의원)도 많이 폈어요.
문)그러면 사무실 바꿨을 때 (담배)냄새로 고생하셨겠네요?
답)예. 그래서 제가 환기 시키느라 욕봤습니다."
국민건강증진법상 공공장소인 도의회 건물은 너무도 당연히 금연건물입니다.
더구나 금연활동을 실천하고 간접흡연 피해를 방지한다며 지난해 관련 조례까지 제정한 곳이 다름아닌 도의회입니다.
의원 사무실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것도 모자라 예산으로 환풍기를 설치해달라는 일부 도의원.
그들이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자격은 도대체 누가 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MBC.NEWS.정태후입니다.
-영상취재 서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