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3년차 학교 행정 직원이 숨진 뒤 발견된 녹취를 근거로 교육청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는 소식, 최근 전해드렸습니다.
A 씨가 근무하던 이른바 '2인 행정실'이 폐쇄성은 물론 과중한 업무로 신입 직원이 감당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미 단체 협약으로 제한을 뒀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12일, 숨진 A 씨의 휴대전화에서는 행정실에서 함께 일하던 상급자 B씨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소규모 학교인 탓에 행정실에서는 숨진 A씨와 B씨 단 2명이서 근무해 왔는데, A 씨에게는 초임 근무지였습니다.
동료 행정 직원들은 작은 학교에 많은, 이같은 '2인 행정실' 구조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성토합니다.
[학교 직원/2인 행정실 근무]
"예전에 저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어 가지고.. '나 힘들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만약에 그런 폐쇄적인 공간에서 단둘이 근무하는 상황에서 갑질을 하면.."
폐쇄성도 문제지만 380여 종이 넘는 업무를, 30여 개가 넘는 사이트에 일일이 접속해 가며 처리해야 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아, 신입 직원이 감당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학교 직원/3년 차 이하]
"처음에 발령됐을 때는, (초과 근무를) 저는 새벽 2시, 새벽 3시.. 진짜 울기도 했습니다. 업무 더는 못하겠다고.."
[학교 직원/10년 차 이상]
"인수인계받는데, 예전에 생각했던 학교 업무가 아니더라고요. 전에 있던 신규 직원은 그랬대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혼잣말로 막 이렇게 하고 있었대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실제로 A씨의 휴대전화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할 수가 없다", "죄송하다"라는 내용을 보낸 메신저 사진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사진이 찍힌 시각은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저녁 9시 54분경이었습니다.
[A 씨 (지난 10월, 유족과의 통화)]
"나는 (업무) 과중도 당연한 거지만 그걸 떠나서 내가 그냥 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른바 '2인 행정실'의 과중한 업무는 처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 2013년에도 같은 고통을 호소하던 학교 직원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고,
이를 계기로 노조와 교육청 간 단체 협약에는, 신입 직원은 행정실 정원이 3명 이상인 곳에만 배치해야 한다고 이미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신규 임용된 608명 중 79명은 현재 2인 행정실에 배치돼 근무 중입니다.
[김영근/전국공무원노조 전북교육청지부장]
"(단협에 명시된) 부득이한 상황이었나, 그건 아니라고 보는 거죠. 좀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이거는 노동청에 고발 여부도 고민하고 있고요."
이번 정부 들어 꾸준히 인력 감축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작은 학교도 워낙 많아지고 있다 보니 '2인 행정실'도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전북 지역 407개 학교 중 60%가 넘는 245개 학교가 행정 업무를 2명이서 도맡아 처리하고 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는 현장 직원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북교육청은 "다른 지역보다는 여건이 낫다"고 되뇔 뿐입니다.
[김태호 사무관/전북교육청 총무과]
"단협에서도 규정이 있잖아요. '부득이한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다'라는 부분이 있거든요. 신규 공무원이 아닌 공무원들로 배치했을 때 결원 자리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교육청은 뒤늦게 유족과 교육감의 면담 진행은 물론 노조의 요구대로 분향소를 차리겠다고 입장을 밝힌 가운데,
숨진 A씨의 자리에는 2022년에 임용된 A 씨의 동기가 발령받아 근무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SNS 상담 '마들랜'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진성민
그래픽: 안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