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어언 3년이 다 되가지만 올해 세아베스틸과 전주리싸이클링티운 등에서 산업재해가 잇따르면서 전북에서만 3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습니다.
특히 5인 이상 사업장까지 법 적용이 확대됐는데도 안전 관리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주연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60대 협력업체 직원이 500kg에 달하는 파이프에 맞아 숨졌습니다.
이미 2년간 같은 공장에서만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뒤였습니다.
잇따른 산재 사고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특별 근로 감독에 나서 수백 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검찰이 세아베스틸 대표이사 2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가로막혔습니다.
[최명선 /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지난 5월 15일)]
"세아베스틸은 (중대재해 건수 등으로) 거의 3순위 안에 드는 사업장입니다. 주목도가 높은 사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가 연속 발생하고 있는 거는 실제로 현장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5월에는 전주 리싸이클링타운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퇴근 시간 이후에 작업하던 노동자 5명이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1명은 치료 도중 끝내 숨졌습니다.
국정감사에서까지 언급되면서 큰 논란이 됐지만, 노동부의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기만 합니다.
[고용노동부 광주지청]
"계속 수사중입니다. 검토 중이어서. 저희는 아직 검찰이랑 검토 중이어서.."
경영 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해 산재 사망을 막아보자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지 올해로 3년째이지만 여전히 산재 사고는 '도돌이표'입니다.
도내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 수는 중처법을 도입한 2022년 30명으로 조금 줄어드는 듯했지만, 지난해 42명으로 치솟았고 올해 9월까지 27명을 기록했습니다.
10월 이후를 계산해 보면 올해 이미 30명을 훌쩍 넘겨, 한 달에 3명꼴입니다.
[유경희 / 공인노무사]
"(중처법 시행) 전과 이후가 달라진 게 있냐고 하면 체감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은데요. 만약 중처법이 시행됐다면 그 후로 감소 추세가 있거나 그래야 하는데 사실 그런 결과는 찾아보기 힘들고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지난달에는 김제의 한 특장차 제조공장에서 장비를 시범 작동하던 미등록 이주 아동이자 몽골 국적인 강태완 씨가 기계에 끼어 숨졌고,
[김사강 /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지난달 12일)]
"태완 씨는 정말 굴하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까지 해서 '이런 선배도 있어 그러니까 너희들도 할 수 있어'라는 얘기를 (미등록 이주 아동들에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그런 사람이 간 게 저는 너무 안타까워요."
이번 달 초에는 완주 양돈농장에서 농장주인과 네팔 국적 노동자가 황화수소에 노출돼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올해부터 중처법 처벌 대상이 5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확대됐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도내 대상 사업장 수가 2만 5천여 개소로 기존보다 15배 증가했지만, 어떤 안전조치를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유경희 / 공인노무사]
"유예 기간을 뒀음에도 사실 그 기간동안 대비를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사업주 경영 책임자의 면피를 위주로 싸움하는 걸로 인식을 많이 하세요."
전문가들은 중처법을 '처벌'이 아닌 '사고 예방'에 초점을 두고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이 매일 나서야 하는 일터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입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
그래픽: 안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