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전주시가 '명품 김치' 브랜드를 만들겠다며 85억 원을 투입한 김치산업관이 위탁업체도 구하지 못해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올해 초 공유주방으로 전환됐지만, 이마저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초 설계부터 단일 생산라인으로 구축된 탓에 처음부터 공유하기 어려운 시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주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주시가 조성한 김치산업관입니다.
수년째 운영을 위탁할 업체를 찾지 못해 결국 올해부터는 지역 김치 생산업체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공유주방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지금까지 단 하나의 업체가 시설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김치산업관 관계자]
"도내에 김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저희가 공유 주방을 활용할 수 있게끔 (해서) 현재 익산에 소재한 한 곳이 공유 주방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살펴보니 해당 시설은 애초에 공유주방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서로 다른 업체끼리는 공유해서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전처리실부터 절임실, 세척실, 포장실로 이어지는 생산 라인이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공유주방 사용 업체]
"이거는 공유 자체가 안 되는 시스템이에요. 한 업체도 선입 선출하기가 힘들 정도로 협소한데 두세 개 업체가 들어와서 한다고 하면 (안 돼죠).."
당초 해당 시설 설립의 목적은 전주시만의 '명품 김치' 생산이었습니다.
'종가집'이나 '비비고'처럼 특색 있는 김치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에 수출하겠다며, 연간 50억 원 매출을 목표로 출범했습니다.
시설 구축에 투입된 예산만 85억 원.
하지만 자체 브랜드 생산은 고사하고 부지 선정 문제로 다투다 공장 완공에만 7년이 걸린 데다, 겨우 지어진 공장조차 1년 반 넘게 방치됐습니다.
결국 찾아낸 해법이 외부 업체를 활용한 공유주방인 건데, 하루 9만 원의 임대료를 내고 단 한 곳의 업체만 이용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전윤미 / 전주시의원]
"수십억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경제성 확보도 못 하고 시설 개보수에 상주인력 인건비까지 추가되면 재정 손실이 심각한 사업이라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사업에 착수한 지 8년째인 올해도 전주시는 여전히 장밋빛 미래만 그리고 있습니다.
[강병구 / 전주시 농식품산업과장]
"전주가 예전부터 음식 관련해서는 되게 앞선 도시이기 때문에 우리 지역의 브랜드화를 잘 시켜서 만들어 갈 수 있게 하겠고요."
세계적 김치 브랜드 생산을 목표로 한 시설이 급기야 공유주방으로 선회했지만, 결국 '공유'조차 되지 않으면서 섣부른 정책 결정이 야기한 파행적 행정만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진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