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임홍진 기자]
■출연 : [류인평 / 전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조지훈 / 무주산골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박정규 /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임홍진 기자]
얼마 전까지 지역 가을 축제가 성황을 이뤘는데요. 지역 축제는 많지만, 정체성을 살리지 못하거나 예산을 낭비했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합니다. 또, 연예인 모시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요. 콘텐츠 발굴과 친환경 전시, 체험, 공연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슈 토론에서는 지속 가능한 지역 축제는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세 분 모셨습니다. 류인평 전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 박정규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입니다. 세 분 어서 오십시오. 먼저 류 교수님, 올가을 폭염으로 많은 도민들이 심신의 피로를 겪었고, 그래서 심신의 안정을 취하기 위해서 나들이 겸 지역 축제를 많이들 찾았습니다. 지역 축제, 많기는 많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 내 축제 개수는 어느 정도나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까?
[류인평 전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현재 각 시, 군에서 지역별로 수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죠. 그런데 이것을 크게 전북자치도에서 지원하는 축제와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축제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전북자치도에서 지원하는 축제를 살펴보면 시, 군 대표축제 14개와 특화 축제 8개 그리고 각 시, 군의 작은 마을 축제 14개 등 총 36개의 축제를 전북자치도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시, 군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축제 또한 상당히 많은데요. 봄에는 벚꽃 축제, 여름에는 물놀이, 산골 영화제, 또 가을에는 국화를 비롯한 꽃 축제 그리고 겨울에는 산타 축제와 얼음 축제 등 각 시, 군과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들을 다 합친다면 1년에 저희 도에서 한 100여 개가 넘는 축제가 열리지 않을까라고 보고 있습니다.
[임홍진]
대표 축제, 특화 축제, 그 외 비견하는 축제를 합쳐서 규모가 있는 축제가 36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많다면 많은 축제인데 콘텐츠가 비슷비슷한 축제들 아니겠습니까? 흔한 축제들이 단발되고 있는 양상인 것 같은데 이렇게 축제가 많은 이유, 어떻게 분석되고 있습니까?
[류인평]
우리나라 축제가 많은 이유는 다양한데요. 이것은 우리나라 축제의 특성에서 찾을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의 축제는 각 지역에서 수백 년간 또는 천여 년 이상 지역의 문화성과 고유성을 살리면서 이것이 하나의 독특한 지역 문화관광 콘텐츠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축제는 일제 강점기 시대를 거치면서 축제가 거의 소멸이 많이 됐죠. 그리고 한국전쟁과 산업시대를 겪으면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조성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995년도에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 지역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입을 목적으로 축제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게 됩니다. 현재 몇몇 축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축제가, 특히 전북에 있는 축제도 모두 1995년도 이후에 탄생한 축제라고 볼 수가 있고요. 그러다 보니 모두가 서로 경쟁하듯이 축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의 전통 문화성이나 독특성보다는 관광객들의 흥미를 끄는 축제로 변화하다 보니까 A 축제에서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이것을 B 축제에서 가져다 쓰고, 또 B 축제를 C 축제에서 모방하는 등 거의 축제가 백화점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외국을 보면 일본의 경우, 축제가 1년에 한 10만여 개, 스페인도 10만여 개 가까이 축제가 열린다는 통계도 있고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축제가 열림에도 불구하고 이들 축제는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지역의 독특한 자원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축제들도 지역의 콘텐츠를 유지하고 보완을 한다면 전라북도 축제가 나름대로 세계적인 축제로 나아가지 않을까라고 보고 있습니다.
[임홍진]
조지훈 프로그래머 나와주셨는데 무주산골영화제의 2013년, 첫 개막부터 기획 작업을 총괄하셨고 지금은 부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영화제이기 때문에 지역 축제와 단순 비교하기는 그렇습니다만, 축제가 지역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고민을 해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의 정체성, 그동안 어떻게 향상, 함양했는지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무주군은 인구 2만 3천 명 정도의 굉장히 작은 도시인데 면적이 서울시만 합니다. 굉장히 큰 면적에 굉장히 적은 인구가 살고 있고 면적의 대부분이 산악 지역이며 인구의 대부분이 노령 인구입니다. 이런 곳에서 영화제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도 했었고 저희도 이런 곳에서 영화제를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주는 모두가 다 아시다시피 무주 구천동, 덕유산, 반딧불이가 유명한, 자연 친화적인 도시이고 대한민국에서도 대단히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런 아름다운 자연과 영화를 결합시켰을 때 새로운 영화제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처음에 생각을 했고요. 그 과정에서 자연이 함께 들어간, 그래서 이름에 산골이라는 단어도 들어간 무주산골영화제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 콘셉트는 당시의 힐링이라는 단어의 유행 그리고 캠핑 문화와 같은 것들과 연결되면서 많은 젊은 관객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요. 그러면서 올해로 12회를 마쳤는데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임홍진]
박정규 전라북도특별자치도의회 문화안전소방위원회 위원장이십니다. 박 위원장님, 지자체마다 이렇게 축제를 많이 개최하고 있는데 어떤 점들을 기대하고 있고, 어떤 효과를 얻기 위해서 이런 축제를 연다고 보고 계십니까?
[박정규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어떻게 보면 지역 축제의 과잉이라고 봐야 되는데 실제로 축제의 형태들을 보게 되면 결국 그 축제가 그 축제죠. 내용이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아마 지자체 단체장 입장에서 보면 관광객 수를 늘려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을 가지고 축제들이 열리고 있는데 지역 주민들이 과연 행복해할 수 있는 축제인가에 대해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소규모 도시에서의 축제들은 지역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축제가 되기를 바라고 이 관광객 수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돌릴 수 있는, 기술적인 테크닉이 저는 굉장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축제를 줄이는 것을 권하는 게 아니고 축제의 내용을 바꿔서 주민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숫자의 문제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임홍진]
조지훈 프로그래머, 무주산골영화제는 작은 지역에서, 작은 영화를 표방하고 출발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국적으로도 전주, 부산, 부천국제영화제와 반열을 같이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만, 많은 영화인들이 찾고 있고 손에 꼽는, 가고 싶은 영화제로 발돋움을 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떤 점에 주력했고,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가 이제 12년 됐는데요. 최근에 통계를 조사하면서 내봤는데 저희가 매년 찾는 관객의 수를 대략 3만 5천 명 정도로 보고 있고 유료 관객 수를 1만 8천 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유료 관객 수 1만 8천 명은 현재 대한민국에 수없이 많은 영화제들이 열리는데 부산, 전주, 부천 다음으로 많은 숫자로 파악이 되고 있고요. 저희 관객의 특징 중 하나는 관객 대부분이 20, 30대의 젊은 관객이고 전체 관객의 80% 정도가 다 외지에서 오는 걸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젊은 관객들이 찾을 수 있는 영화제를 할 수 있었던 거는 저는 한 두 가지 정도로 보는데요. 하나는 저희가 애초부터 무주군의 특성상 무주 주민들을 1차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으로는 영화제가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무주 같은 문화 소외 지역에서 영화로 관객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20, 30대의 젊은 외지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서 무주에 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프로그램의 방향, 전체적인 디자인, 행사의 기획 방향이 전부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통 지역에서 축제를 기획하게 되면 지자체에서는 항상 주민들을 위해서 뭔가 더 해달라는 요구들이 많아지고 대부분의 축제들은 그러다가 정체성이 많이 달라지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무주군은 다행히 축제의 방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셨고 그 과정에서 한 5년 정도 지나면서부터 관객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해서 현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잡게 된 것 같습니다.
[임홍진]
류 교수님, 축제장마다 연예인이 빠질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최근에는 트로트 가수 일색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북 지역에서는 연예인 모시기, 연예인 초청이 다른 지역보다 두드러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류인평]
요즘 트로트 가수를 보려면 TV보다는 축제장을 가보라는 말도 있는데요. 제가 일본이나 다른 외국, 해외 축제도 많이 참가하고 있는데 외국 같은 경우에는 음악과 관련된 축제 또는 특수 목적 축제가 아닌 경우에 유명 가수들이 와서 무대를 장식하는 경우는 솔직히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전북 문제만은 아니고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축제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전에 문체부 평가위원도 하고 지금은 전북 축제를 다 다니면서 보고 있는데 그래도 전북 축제는 나름대로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고 다른 광역시보다는 더 나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트로트 가수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코로나 이후에 많은 관광이 복구되고 트로트 가수들의 열풍이 불면서 축제에서 자신들의 고유한 콘텐츠를 활용하기보다는 가수들에게 의지하고 있는 경향이 상당히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고령화되고 있는 도시나 인구 소멸 지역의 주민들이 가수들을 직접 보고 즐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체부 평가 지표에도 나와 있고 저희 전북도와 지자체에서도 권장하는 게 예산에 비해서 과도한 연예인 집행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실제 초청 가수 한 명이 몇 천만 원씩 하는 것은 지역 축제가 과열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고요. 따라서 향후에도 예산에 비해서 과도한 연예인 섭외는 자제하고 차라리 이런 비용을 콘텐츠 강화 비용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보고 있습니다.
[임홍진]
박정규 위원장님, 연예인을 초청하는 공연이 관광객 유치에 효과적이다, 축제의 화제성을 높이는 데도 더 좋다라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류 교수께서 지적하셨다시피 예산 낭비적 측면도 아주 강하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박정규]
일정 부분 동의를 합니다. 트로트 가수가 오면 물론 화제가 집중되고 구름 관중이 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만히 보면 트로트 가수들이 와가지고 결국은 그들의 팬들이 앞자리를 다 차지해버리는 거죠. 지역 주민들은 맨 뒤에서 발 디딜 틈도 없는데 겨우 서서 보는 정도이기에 결국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없고 또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의 기회까지도 빼앗아버리는 결과를 저는 가져온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지역 가수들이 설 수 있도록 관련 항목을 평가 항목에 넣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내용적으로 같이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는 지역 가수들이 충분히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조차도 빼앗아버린 것에 대해서 암울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트로트 가수들을 불러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니나 적정한 수준으로만 불러오고 그분들 사이사이에 끼워서 충분히 역량을 키워내고 문화 생산을 할 수 있는 전북 지역이 됐으면 좋겠다,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고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임홍진]
조지훈 프로그래머, 사실 연예인 동원이 관중을 끌어모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너무 상업적이다, 소비적이다라는 지적도 있는데 본질적인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조지훈]
사실 연예인의 공연 자체는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유명 연예인이 올수록 잔물결 효과가 좋거든요. 그래서 축제 쪽에서는 관객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 공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맞는 이야기이고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문제는 축제의 이름을 가리고 먹거리와 공연, 특산물 판매를 빼내고 그 축제에 어떤 프로그램이 남는가를 보면 결국 그게 핵심인데도 핵심이 되는, 그 축제의 정체성을 담은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거죠. 실제로 축제에 와서 느낄 수 있는 핵심이 되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그것들을 관광객과 소비하고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기억하고 거기에 집중해야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홍진]
류 교수님, 일본의 경우에도 축제가 10만 개 정도에 이른다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일본의 경우, 지역색을 살리는 축제가 쇠퇴화된 지역을 되살리는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 그걸 포함해서 외국의 축제 중 좋은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류인평]
일본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들은 축제를 가장 중요한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독일 맥주 축제, 삿포로 눈 축제, 리우 쌈바 축제는 그 지역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큰 자산입니다. 비단 세계적인 축제가 아니라 일본은 자그마한 지역 축제에서도 지역 주민들이 같이 화합하고 단결하면서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축제가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일본의 시코쿠라는 지역, 고치라는 시에 요사코이 마츠리라는 게 있습니다. 춤 경연대회인데요. 한 팀에 보통 약 150명이 참여를 하게 되는데 이런 팀이 약 100여 개 정도 참여합니다. 그래서 춤 경연자만 2만 명 가까이 돼요. 그리고 이 춤을 보기 위해서 한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그 지역을 찾게 됩니다. 물론 당연히 숙박업체나 식당이 초만원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인근 지역까지 호텔이나 식당이 꽉 들어차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도 단기간이나 당일에만 여는 축제를 만들 게 아니라 먹고 자고 장기적으로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더 고민을 해봐야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나, 단시간에 왔다가 그냥 쓰레기만 버리고 가는 축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더 고민을 해봐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임홍진]
박정규 위원장님, 축제의 성공을 단순히 방문객 수로 평가하는 것은 축제의 본질과 성격을 왜곡하는 처사가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개선을 해야 될까요?
[박정규]
지역 축제가 단체장과 성과와 가장 연결이 많이 되잖아요. 일단 방문객 수가 보여야 성공한 축제로 평가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숫자라는 개념에 너무 집착하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 기다리지를 못합니다. 사람만 많이 오면 성공한 축제로 보이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가지고 축제를 바라봐주고 우리가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우리가 무엇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는 거죠. 방문객 숫자도 중요하지만 정말 내용적으로 점검을 해야 될 시기가 왔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임실 치즈 축제에 가서 한 곳에서 제가 1시간 정도 서서 유심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 방문하신 분들이, 주 고객층이 가족 중심이었어요. 그러면 저는 충분히 내용에 변화를 줘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지역 주민들이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1~2년 안에 축제가 성공하는 모습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임홍진]
조지훈 프로그래머, 무주산골영화제 참여자가 닷새 동안 3만 5천 명 정도 되고 유료 입장객이 1만 8천 명이라고 하는데 해마다 그 정도 수준은 유지하면서도 조금 더 상회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어느 정도가 무주산골영화제의 적정 수준이고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말씀을 해 보실까요?
[조지훈]
사실 관객 수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관객 수에 대한 집착을 할 수밖에 없죠. 왜냐하면 행사가 끝나면 항상 보도자료가 나오는데 보도자료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역대 최다, 역대 최대이기에 사실은 이걸 한 10년 정도 하면 저희 행사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왔다고 부풀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사실은 이런 관객 수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 오히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축제의 공연을 빼내고, 먹거리 부스를 빼내고 진짜 관객이 와서 즐길 만한 콘텐츠에 사람이 얼마나 오느냐 그리고 그것이 많아졌을 때 다른 것도 같이 잘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관객 수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어떤 관객을 상대하느냐 그리고 어떤 사람을 모아낼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홍진]
그렇다면 류 교수님, 축제 방문객 수를 어떻게 계산을 하길래 그걸 부풀리는 것인지요? 자치 단체에 그게 이득이 되는 겁니까? 현 상황을 말씀해 주시죠.
[류인평]
아무래도 축제가 지자체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까 많은 방문객 수가 와야 성공적인 축제로 보이고 그래야 축제에 대한 성과 보고를 할 때 방문객 수 곱하기 사용하는 비용이 직접적인 경제 효과로 측정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유혹을 많이 받을 텐데요. 축제 방문객을 측정하는 방법을 바꿔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라북도 대표 축제는 현재 각 2개소에서 6개 소까지 측정을 하고 있습니다. 메인 측정소는 전라북도에서 측정을 하고 있고요. 나머지 기타는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측정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전라북도에서 하는 메인 측정에서 한 2만 명이 나오는데 기타 지자체에서 하는 측정은 방문객을 부풀리기 위해서 7만 명 정도가 나오는 등 비현실적인 일이 나오고 있거든요. 따라서 앞으로는 축제 계측은 따로 독자적인 기관에다가 맡겨서 계측하는 것이 나을 것 같고요. 이런 방문객 계측이 얼마나 위험한 얘기냐면은 실제로 우리나라 최대의 테마파크인 에버랜드가 1994년도 6월 5일날 하루에 12만 명이 왔습니다. 아직도 이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 지자체의 축제장에, 에버랜드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축제장에 하루에 15만 명이 왔다면 정말 위험한 축제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수를 부풀리기보다는 조금 더 실제적으로 방문객을 측정하고 이에 대한 안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고요. 따라서 모든 행사장이 안정된 프로그램과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계측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임홍진]
박 위원장님, 지역 축제에 대한 평가가 정확히 된다면 축제의 질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 같습니다. 지역 축제, 현재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개선할 점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박정규]
축제에 참여하는 숫자보다는 축제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축제에 대한 조언들을 완벽하게 한 것을 반영했는가, 안 했는가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좋은 평가를 내릴 수가 없는 거잖아요. 또한 동선 부분도 굉장히 디테일한 판단을 해줘야 되는 거예요. 아까 12만 명, 13만 명, 15만 명이 왔다고 하는데 동선상 도저히 나오지 않는 값이거든요. 이런 부분은 정확히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정치인들과 사실 연관이 돼 있습니다. 지역 축제가 선정이 못 되면 이렇게 잘 되고 있는데 이런 측정을 받는 것에 대해 도의원들부터 납득하지 못합니다. 결국 그러한 문제까지도 개선을 해야만 지역의 축제들이 저는 발전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도의원들도 축제 평가에서 평가 내리는 부분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게끔 가장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데 이것조차도 인정을 않는다면 30점이라는 부분에 의해서 순위도 바뀔 수 있는 것이기에 이런 부분까지도 이제는 점검이 필요하다고 저는 봅니다.
[임홍진]
대개 축제를 종료하고 나서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축제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겠습니까? 그 평가 항목에서 방문객 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나 중요도를 가집니까?
[류인평]
축제 방문객 수는 축제 평가 지표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들어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방문객 수를 부풀리다 보니까 다른 지차제에서는 굉장히 많이 왔다는 것에 옆에 있는 지자체에서는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그래서 실제로 제대로 측정한 축제가 약간 손해를 보고 피해를 보는 것들이 생기죠. 그래서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방문객 수는 축제 평가 지표에 직접 들어가지 않으니 너무 지나치게 부풀리지 마시고, 한다면 정말 제대로 해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임홍진]
박정규 위원장님, 지역 축제에서는 바가지 요금 문제도 적잖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N무 축제라고 해서 바가지 요금, 무질서, 일회용품 없애기 등을 표방하면서부터 바가지 요금은 조금 누그러진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해서 조례를 제정한다든지 하는 등의 대책이 있을까요?
[박정규]
조례는 있습니다. 지역 축제 육성 지원에 따른 조례가 있는데 조례로 그걸 강제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다행인 것은 제가 모양성 축제도 가 보고, 춘향제도 가 보고, 치즈 축제도 갔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가져서 굉장히 잘하고 있습니다. 모양성 축제는 제가 보니까 지역의 상인들이 축제 위원회와 굉장히 조율을 잘해서 가격 부분에서 완벽하게 조정을 해가고 있고, 임실 같은 경우는 지역 주민들 생활 개선에 참여를 해서 음식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모양성 축제처럼 지역의 상권에 상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지역 농산물도 선전하는 코스도 잘 만들어내고 먹는 공간도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건 배워 볼만하다라는 것도 느낍니다. 그래서 작년 남원 춘향제에 관해서 굉장히 언론도 많이 탔는데 올해는 춘향제가 잘 정리가 돼서 그런 부분에 대한 것들은 많이 없어졌다고 판단을 하고 있고 조례를 아무리 잘 제정을 해도 자정적으로 하지 않고는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임홍진]
토론을 마쳐야 할 시간이 다 된 것 같습니다. 지역 축제가 지역의 정체성을 담보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지자체나 주민들이 어떤 점에 신경을 써야 되는지를 포함해서 오늘 말씀 요약하고 강조해 주시는 대목 듣고 이 시간 마무리하겠습니다. 먼저 조지훈 프로그래머, 말씀해 주시죠.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가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사실은 무주산골영화제는 기타의 지역 축제와 다르게 관 주도형 축제가 아니라 전문가들에게 축제 기획의 전권을 주고 그것들이 잘될 수 있도록 지켜봐준 축제였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관 주도형 축제에서 민간 주도형 축제로의 변화들이 이루어져야 될 것 같고요. 특히 민간의 진짜 전문가들이 각 축제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해내고 그 축제에 걸맞은 콘텐츠들을 개발해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영화제도 그렇고 지역 축제도 그렇지만 국가와 광역 단위에서의 지원들이 있습니다. 이 지원들이 주로 정치인들의 입김과 같은 것들 때문에 나눠주기식의 지원이 많은데요. 그것보다는 조금 더 특색 있고 정체성이 분명한 영화제나 축제들을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축제를 즐기는 관객들이 단순히 공연을 보고 먹거리 부스에 가서 먹는 것도 재밌지만, 그 축제의 핵심이 되는 프로그램들을 더 많이 즐겨주시고 칭찬을 많이 해주셔야 더 좋은 축제들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열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홍진]
이어서 박정규 위원장님, 말씀해 주시죠.
[박정규]
여러 과제가 많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게 주민 주도의 축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행정이 예산을 가지고 주도하는 것보다 행정이 권한을 내려놓고 주민 스스로가 참여해서 만드는 축제, 주민이 역량이 없다고 하지 마시고 주민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주민 스스로가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임홍진]
마지막으로 류인평 교수님, 말씀해 주시죠.
[류인평]
먼저 축제는 다른 축제가 가지고 있지 않는, 그 축제만의 고유성과 정체성이 있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요. 따라서 축제는 양적으로 확장시키는 축제가 아니라 질적으로, 나만이 갖고 있는 축제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축제는 최고의, 넘버원 축제가 아니라 오직 우리만 할 수 있는, 하나밖에 없는, 온리원 축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또 우리 지역에, 우리 지역만이, 우리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갈 수 있는 축제가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또한 지역민과 함께하는 행복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 모든 구성원들이 같이 노력을 해야 될 것이고요. 그럴 때 축제가 우리 전라북도의 최고의 자랑거리가 되지 않을까라고 보고 있습니다.
[임홍진]
오늘 토론해 주시느라 대단히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리 : 송우린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