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철학과 전공 언론사 출신이 '중국전문가'?
지난해 12월 전북도 제2중국사무소인 칭다오 사무소 운영을 위해 사무소를 총괄할 부소장을 뽑았습니다.
중국통상전문가라며 뽑힌 인물은 통상 분야 무경력자인 지역 언론사 편집국장 출신 장모씨.
어떻게 뽑힐 수 있었을까?
성인지 감수성, 정신자세 등 경력과 무관한 배점 항목은 그렇다치더라도 그동안 경제통상진흥원에서 냈던 공고와 달리 '철학과' 전공을 우대한다는 뜬금없는 우대사항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편집국장 출신 장모씨, 예상대로 '철학과' 전공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장씨의 근태 기록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재택근무였습니다.
사무소에 출근했을 때도 출퇴근 시간에 대한 기록이 없고 확인 서명도 본인이 하는 등 그야말로 엉터리 근태 기록으로 다달이 월급을 챙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중국법 위반도 밝혀져..결국 사임
허술한 근태는 애교에 가깝고 가장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취업비자 없이 근무를 하며 인건비를 챙기는 것은 엄연히 '중국법 위반'입니다.
장씨는 1년 가까이 취업비자를 받지 못하자 엄연히 금지돼 있는 사무소 출근을 중국 공안 몰래 감행하는 등 위법 행위를 이어왔습니다.
문제는 전북도가 이 사실을 알고도 위법 행위를 눈감아 줬고 심지어 장씨가 취업비자를 받을 때까지 기다려줬다는 사실입니다.
이렇듯 납득하기 힘든 무한 봐주기가 논란이 되자 결국 그는 지난 10월 사임했습니다.
무경력자가 전문가인양 채용되고 이런 식의 근무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의 채용엔 누구의 입김이 작용했을까요?
□이번엔 텅 빈 사무소로 현장점검?
전북도의원 9명과 전북도 직원 등은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김관영 지사가 취임 후 문제의 장씨를 보낸 칭다오 사무소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점검해 정식 설치의 필요성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실제 계획서를 보면 10월 30일, '칭다오 출장소'에서 오후 3시 반~ 6시까지 2시간 반 동안 '업무보고 청취'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특히 도의회 출장계획서 '점검리스트'에는 '칭다오 출장소'에서 '사무소 운영현황, 인력과 예산 현황, 업무 현황, 추진 실적' 등을 살펴보겠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업무보고'도 '점검 리스트 확인'도 모두 생략됐습니다.
칭다오 사무소는 그야말로 자료 하나 없이 책상과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텅 빈' 공실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직원의 실수로 사무소 계약도 못해서 사실상 전북도가 사용할 권리도 없는 곳을 도의원과 공무원들이 우르르 몰려간 것입니다.
혈세 3,000만 원을 들인 출장이었습니다.
□도의원들 질책 않고 전북도 '감싸기'..왜?
빈 사무소만 구경하고 돌아온 의원들, 이런 상황일 줄 몰랐다며 황당하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갈 필요도 없는 곳을 간 셈입니다.
통상 의회가 현장 점검을 준비하면 관할 기관에 일정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하는게 당연한데 아무것도 없는 곳을 가겠다는 의회나 그런 곳으로 버젓이 안내한 전북자치도나 모두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의전까지 받아가며 현장을 방문한 의원들은 칭다오 사무소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근거를 전혀 접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칭다오 사무소 출장과 관련해서 전북자치도와 의회 쪽에서는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출장 준비와 실무를 맡은 의회 전문위원실은 "지난 7월 전북도 실국장 업무보고 이후,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전북도 간부가 해당 출장에 대해 먼저 제안을 했다"라고 말하는 반면, 전북도 관계자는 "의회가 먼저 제안했다"며 부인하고 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칭다오 사무소가 그 지경이었다면 전북자치도는 사전에 이를 알리고 의회에 이해를 구해야 했지만 전북도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의원들이 예상과 다른 현장을 보고 "난감했다", "아무것도 없을 지 몰랐다"라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도의회에서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졌습니다.
박정규 도의원은 어제(8일) 열린, 제415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의회가 계획한 출장이었는데 전북자치도가 제안한 것으로 보도됐다며, 전북자치도 나해수 대외국제소통국장에게 "굉장히 미안하다"라며 공개 사과했습니다.
특히 박 의원은 도청 간부에게 고개를 숙여가며 사과하는 광경까지 연출하고, 심지어 뜬금없이, "칭다오 사무소는 도민이 원하니까 필요하다"라며 일방적으로 전북도의 입장을 두둔하기까지 했습니다.
□사무소 운영했다더니 운영 안 했다 '말 바꾸기'?
지난 6월 28일 문제의 장씨가 칭다오 사무소 부소장으로 파견된 뒤, 장씨는 중국 당국의 눈을 피해가며 사무소를 이용한 걸로 보입니다.
장씨가 칭다오 사무소에 출근하거나, '칭다오 크루즈 포럼 지원'과 '칭다오 GBC 전북출장소 근무', '칭다오 총영사 등과 만찬' 등에 참석한 업무 내용도 이미 월별 업무 일지에 빼곡히 기록돼 있습니다.
장씨 역시 지난 10월 '불법 근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중에 의원들이 '너 성과 내라, 너 근태 내라' 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나는 돌아다녀야(일을 해야) 한다"라며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진원 관계자 역시 지난달 8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장씨가) 부소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업무를 보고 있다"라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사무소를 위탁 운영하는 전북도경제통상진흥원 역시 칭다오 사무소가 위치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장씨가 칭다오 사무소에서 2024년 7월 15일~ 2024년 9월 14일까지 사무소를 활용한다'라는 공문을 보내며 사무소 사용을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열린 제12대 412회 임시회에서 윤여봉 전북도경진원장도 "중국사무소 예산의 일부를 빼서 칭다오로 파견된 칭다오 소장이 현지에서 필요한 경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라며 칭다오 사무소를 위한 예산이 지출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현장 점검 전만 해도, 업무가 실제 진행됐고 예산 사용은 물론 사무소도 이용했다는 식으로 말했던 전북도.
정작 의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사실은 "운영한 적 없어 실적도, 업무 보고도 할 게 없다"라고 입장을 바꿨고, 도의회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