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저희는 얼마전 장수군이 발주하는 전기공사의 수의계약 문제점을 심층 보도했습니다.
지난 5월, 당시 최훈식 장수군수 후보측 자원봉사자에게 돈을 건넨 업자가 최군수 취임 이후 군청 공사를 독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장수군의 전기공사 계약 내용을 추가로 들여다보니, 9년 전부터 이 업자에게 수의계약을 몰아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장수군수 선거 기간, 최훈식 후보의 선거캠프 관계자 차량에서 3천여만 원이 발견됐습니다.
수사 결과 자금 출처는 장수지역에서 활동하는 업자들이었습니다.
그중 한 명인 전기공사 업자 이 모 씨,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수군청 공무원들로부터 수의계약 공사를 잘 받고 있는데 군수가 바뀌면 상황이 바뀔 수 있어서 돈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가 말한 '수의계약 공사를 잘 받고 있다'라는 내용은 무슨 뜻일까.
장수군 계약정보시스템에서 2013년부터 발주한 수의계약 공사내역을 분석해봤습니다.
최용득 군수와 장영수 군수가 재직했던 지난 9년간 이 씨가 수주한 전기공사는 169건,
모두 22억 원이 넘는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습니다.
장수지역 업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로, 두 번째 많은 업체와 비교해도 계약 건수나 규모 면에서 2배 가까운 차이입니다.
장수 지역에 등록된 전기공사 업체는 20곳에 이르는데, 2개 업체가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장수군은 별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입니다.
[장수군 관계자]
"결론적으로는 한 업체가 많이 하기는 하는데 크게 문제가 생기고 그러지 않았으니깐. 따로 얘기 더 안 하는 거죠."
특정 면 단위 지역의 전기공사를 거의 예외 없이 이 씨의 업체와 또 다른 S업체가 차지하는 흐름도 발견됩니다.
장수군은 관내 등록 업체는 20개지만 실제 운영 중인 업체는 4개 정도라면서, 이 중에 2개 업체가 공사를 주로 수행하기 때문에 편중은 아니라는 해명입니다.
[장수군 관계자]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전기업체는 한 서너 군데. 이 정도만 실질적으로 운영을 하고. 나머지는 여기에 주소만 갖다 놓고."
하지만 계약을 거의 하지 못하는 다른 업체의 말은 다릅니다.
두 업체가 수의계약을 거의 따가니까 자신은 아예 포기하게 된다는 겁니다.
[장수 지역 공사 업계 관계자]
"저희들은 그렇게 인맥이 없어서 그런가. 저희들은 이제 수의계약을 별로 안 하려고 그래요. (아예 엄두를 안 내신다는 거잖아요?) 예. 포기를 한 것이죠."
장수군처럼 한 업체가 특정지역 수의계약 공사를 독식하는 현상은 보기 드물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쟁을 거의 거치지 않고 업체를 점찍는 방식이라,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A자치단체 계약업무 관계자]
"그쪽으로 이제 돌아가면서 배분 형식으로 수의계약을 주는 거죠. 배분 형식으로 간다고 보시면 돼요."
10년 가까이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가 된 장수의 전기공사 업계, 장수군이 방조한 게 아닌지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