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완주의 한 계곡을 훼손하며 흙을 쌓고 도로를 내는 불법 현장을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어제 새벽 많은 비가 내린 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진입로의 토사가 유실되고 물이 넘치는 등의 재해 위험성도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불법공사 관계자들은 아무 조치도 없고, 강경 대응하겠다던 완주군은 여전히 미온적입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어제 새벽 사이 많은 비가 내렸던 완주 경천면의 신흥계곡 불법 공사 현장, 불어난 계곡물이 진입로 위로 세차게 넘쳐흐릅니다.
계곡에 플라스틱 관을 묻고 무단으로 길을 낸 뒤 벌어진 일입니다.
관로와 토사가 일시에 터질 경우 하류에 피해가 날 수도 있는 상황.
물길이 막히면서 빠져나가지 못한 물은 옆으로 새 나갑니다.
넘친 물줄기로 진입로에는 물길이 생겨났고 깊이 패였습니다.
다음날 현장을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계곡물을 흘려보내야 할 관로는 도로 위 흙과 자갈들이 대부분 쓸려 내려가고 바깥으로 노출됐습니다.
3개의 관로 중 하나는 쓸려온 돌과 자갈들로 이렇게 완전히 막혀버렸습니다. 물의 흐름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 겁니다.
역시 허가 없이 불법으로 확장한 진입로에는 넘친 물이 흐르면서 20센티미터 가까이 패일 정도로 토사가 쓸려 나갔고, 차량으로 통행하기가 힘들 정도가 됐습니다.
[이정현 /전북 환경운동연합]
"규격에 맞게 설계를 하고 공사를 했어야 하는데 주먹구구식으로 공사를 하니까 하천의 일부가 막히거나 또 깎여나가고, (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홍수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 이렇게 보입니다."
출입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 2개만 설치돼있을 뿐 아직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완주군이 불법 공사를 벌인 불교단체 양우회 관계자에게 16일까지 원상복구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지만, 계획서는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완주군 관계자]
"(설계) 용역사들이 휴가 기간이라서 아직 계약을 못 했다 그래가지고... 날짜가 지나서 독촉 공문을 한 번 보낼 예정이에요."
완주에는 16일 새벽 백 밀리미터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어느 때보다 재해 위험도 높은 상황.
불법 공사에 강경 대응도 불사하겠다던 완주군은 별다른 추가 조치 없이 복구 계획서 제출 기한을 연장해 줄 예정입니다.
[완주군 관계자]
"스스로 자기들이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도 괜찮아요. 자기들이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있고,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 상의도 하고 그런 걸로 제가 알고 있거든요."
불법 공사가 적발된 지 2달 지났고 재해 위험이 있는데도, 완주군은 신속한 위험 예방 조치보다는 불법행위 당사자들의 입장과 처지를 고려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 영상취재 : 함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