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익산시립 자연장 묘역에서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 전해드린 적 있습니다.
유족들은 고인을 잘못 모셨다는 죄책감까지 느끼고 있다는데요.
관리 당국인 익산시는 사후조치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한범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월, 익산시가 운영하는 팔봉 공설묘지, 제2자연장 묘역에서 땅을 파보니, 비닐 조각과 플라스틱 병 등 각종 쓰레기가 나옵니다.
과거 양묘장이 있었던 흔적으로 추정됩니다.
고인의 유해가 땅속 폐기물과 이미 섞였거나,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빠른 조치가 요구됐습니다.
[최정임 /유족]
"눈물부터 났죠. 어머니를 저희가 쓰레기장에 버린 거 밖에 더 돼요?"
이후 익산시 당국은 어떻게 대처해 왔을까.
쓰레기가 나온 위치는 일부분일 뿐이라며, 한 달 넘게 계속 안장을 허용했습니다.
지난 3월까지, 폐기물이 나왔던 부근으로도 새로운 묘지들이 조성됐던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범수 /기자]
"문제가 된 자연장 부지에선 지난 3월 말 이후 더 이상 매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일부 구역에서 흙을 뒤집는 방식으로 보수 작업이 뒤늦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족들은 쓰레기가 나온 실태도, 이후 보수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초 자연장 안장 유족]
"저희는 몰랐어요. 그랬으면 여기에 (안장) 안 했죠. (보수 작업이 이뤄진 구역에선 토질이) 좀 안 좋아서 보수공사 한 걸로만 알고 있었지..."
관리 주체인 익산시가 그동안 아무런 얘기도 꺼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사실을 알려야 하지 않냐는 물음에 익산시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익산시 관계자]
"그 분(유족)들한테 그 주변에서 (쓰레기가) 발견됐다고 연락을 일일이 드리지는... 그 분들한테 왜 굳이 그거(연락)를 해야 하는지, 저는 이해가 안 가는데요."
익산시는 유족들에게 보상을 하거나 이장을 권할 의사 역시 없다고 밝혔습니다.
고인의 유해가 훼손됐다는 뚜렷한 근거가 없어 보상은 어렵고, 설사 매장 위치에 쓰레기가 있었다고 해도 자연장의 특성상 이장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익산시 관계자]
"(안치식 때) 아무 것도 안 나왔으니까 그 분들이 가만히 있었지, 만약 거기서 뭐 나왔으면 가만 있었겠냐 그 얘기에요."
고인에 대한 죄책감과 찜찜함에 빠져 있는 유족들, 익산시의 소극적인 사후조치에 깊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정임 /유족]
"당연히 연락해 줘야죠. '이런 상황이었는데 죄송합니다' 소리는 나와야 맞다고 생각하죠."
MBC 뉴스 한범수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