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농민은 굶어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1년 농사를 좌우한다는 게 다름아닌 씨앗이죠.
그런데 이 볍씨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전북자치도가, 지난 여름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상당수 물량이 병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일부 품종은 올해 공급에 차질을 빚을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북자치도 농업기술원 산하 종자사업소입니다.
도내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볍씨를 생산·관리하고 보급하는 핵심 업무를 맡고 있지만, 비상이 걸렸습니다.
[조수영 기자]
"전북도는 올해 이곳 종자사업소를 통해 150여 톤 분량의 볍씨를 공급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취재결과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병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종자사업소가 지난해 생산해서 올해 보급할 씨앗 상태를 검사했더니, 대부분 제대로 싹이 트지 않거나 균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전북자치도 종자사업소 관계자]
"벼는 침수가 되면 특정 병이 생겨요. 그 병이 '흰잎마름병'이라는 거거든요."
피해 물량 상당수는 오직 전북에서만 생산되고, 고품질 브랜드쌀로 취급되는 '십리향',
생산 물량 전체가 병해를 입어 올해 농가 보급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심지어 국가가 종자 보전을 위해 특별하게 관리하는, '씨앗 중의 씨앗'인 '원종'까지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농정당국 관계자(음성변조)]
"그게(원종이) 100배가 늘어나요. 4톤이면 그 다음 한 번 재배하면 400톤이 되겠죠."
종자사업소 측은 작년 여름 채종단지에 폭우가 몰아치면서 병해가 발생한 거라는 해명,
[전북자치도 종자사업소 관계자]
"작년 7월 8일에서 10일 사이에 거의 한 400mm가 내렸거든요. 전체가, 지금 여기 그림상으로 보면 이게 다 이렇게 지금 잠긴 거예요. "
하지만 심심찮게 반복되는 기상이변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지적은 불가피합니다.
실제 채종단지가 천변을 끼고 있고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저지대에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배수 개선 공사가 진행 중이라지만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습니다.
[전북자치도 종자사업소 관계자]
"배수에 좀 취약한 점이 있었죠. 바짝.. 관리하고 하는데도.."
이에 대해 전북자치도는 이 같은 종자 사고에 대비해 비축한 물량이 있다며 보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뒤늦게 일부 채종단지 이전을 올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강미이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