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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은 늘려 놓고 예산 줄여'.. 보여주기식 귀농 지원
2025-01-09 783
박혜진기자
  hjpark@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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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청년 농업인들의 귀농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정책에 혼선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당초 청년창업 후계 농업인 3만 명을 육성하겠다며 매년 선발 인원을 늘려 왔지만, 정작 관련 예산을 줄이면서 정부를 믿은 대상자들은 초기 정착 과정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박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농식품부가 공모한 청년창업후계농업인 정착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40대 정유리 씨.


10년 가까이 다니던 전주의 직장을 정리하고 가족과 블루베리 농사를 지으려 김제에 밭을 마련하기 위해 계약금으로 6천만 원을 치렀습니다.


청년 농업인으로 선정되면 1.5% 저리로 최대 5억 원까지 융자를 지원한다는 약속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집까지 이사한 뒤, 구입한 밭의 잔금 1억 9천만 원을 치르려 했지만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농식품부에서 갑자기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한 겁니다. 


[정유리 / 2024년도 청년창업후계농 지원대상]

"저희가 냈던 보증금이 다 날아가는 수가 있어요. 그 (잔금)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게 제일 힘들고.. 가정 자체가 흔들리더라고요, 너무 답답하고.."


다름 아닌 정부의 예산 부족이 이유였습니다. 


정부는 청년 농업인 3만 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2022년, 3,000명이었던 지원 대상을 2023년에는 5,000명, 지난해에는 6,000명까지 매년 대폭 확대했습니다.


문제는 인원만 늘렸을 뿐 지원 예산이 그에 따라가지 못하면서 턱없이 부족한 자금은 이내 조기 소진돼버렸습니다.


더구나 긴축재정이 집행된 올해는 신규 대출 가능 규모가 6,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3,000억 원 줄었습니다.


지원 대상은 늘려 놓고 예산을 줄이면 은행 대출은 당연히 도미노처럼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음성변조)]

"그냥 가면은 불 보듯이 (피해가) 뻔한데 어느 정도 좀 (예산을) 많이 요구를 했는데, (감액된 예산이) 바로 통과가 되는 바람에.." 


[박혜진 기자]

"더 큰 문제는 지원 받지 못하고 있는 도내 청년농, 후계농업인만 400여 명인데 당장 정부가 신규로 3,000명을 더 뽑고 있단 점입니다."


[청년농업인]

"(지원 대상을) 두 배로 늘릴 거면 예산도 두 배로 늘렸어야 하는데 (인원만) 두 배로 늘리기만 했어요, 그게 (실적으로) 보여주기 좋잖아요." 


'선정 따로 지원 따로'인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 귀농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려던 청년 농업인들을 절망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정유리 / 2024년도 청년창업후계농 지원대상]

"구렁텅이 속에 빠지는 정책인 것 같고, 정부인 것 같고 배신감마저도 너무 크고.."


MBC뉴스 박혜진입니다.


영상취재: 함대영

그래픽: 문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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