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자료사진]
◀앵커▶
지구촌 32개 나라 2,500명의 선수가 참가한다는 전주드론축구월드컵이 내년에 추진되고 있습니다.
행사 예산만 50억 원,
그런데 월드컵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참가비도 사실상 자부담하지 않는 선수를, 먹이고 재우는 데 10억 넘는 막대한 비용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해외 19개국에 결성됐다는 협회 역시도 그 실체가 모호하고, 대회에 참가할 선수 확보 여부조차 불투명합니다.
박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제드론축구연맹, FIDA 공식 누리집에 게시된 소개글,
내년 월드컵에 32개 나라가 참가하는데, 참가의 전제조건인 나라별 드론축구협회를 설립한 국가는 아직까지 19개에 불과합니다.
자칭 월드컵을 표방하고 있지만 대회를 불과 1년여 앞두고 나머지 13개 나라를 새로 구해 협회를 설립하고 참가 선수를 모집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협회를 설립했다는 회원국조차 주최측이 밝힌 현황과는 다른 얘기를 합니다.
[해리 / 방글라데시 드론축구연맹 회장]
"아직 협회는 아니고요, 드론 축구가 대중화되면 협회는 나중에 만들 거예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참가가 확정됐다는 회원국의 연맹 소속 선수들조차 참가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드 알 학산 / 방글라데시 드론축구연맹 선수]
"(월드컵 참가는) 확신할 수는 없어요, 월드컵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자칫 급조될 수도 있는 민간단체에서 모집하는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부를 수 있느냐는 의문도 남습니다.
결국 회원국 모집도, 선수 참가 여부도, 또 국가대표로서 출전할 선수 자격 검증도 모호하지만 예산을 지원하는 전주시는 연맹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이기섭 전주시 주력산업과장]
"선수 선발이나 이런 것은 협회에서 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정확히 잘 모릅니다, 우리는."
전주 드론축구월드컵에 책정된 예산을 분석해 봤습니다.
드론축구장 등 기반시설 구축비 144억 원 이외에도 행사진행에 투입되는 예산만 50억 원.
이 가운데 선수단에게 제공할 숙소와 식사, 운송 등 사실상 초청 비용에 달하는 예산이 자그마치 12억 원, 전체의 24%에 달합니다.
반면 참가 선수들의 자부담 비용은 예산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참가만 하면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계획, 이것도 모자라 최빈국 초청에 예산 1억 원도 따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대회 흥행을 위해 개폐막식에 케이팝 가수까지 초청한다는 명목으로 5억 원이 배정돼 있습니다."
해외 참가선수 입장에서는 체류비를 지원해 주면서 케이팝 가수들의 공연까지 보여주는 행사라고 인식할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튀르키예 드론축구연맹 선수]
"K팝과, 한국 문화에 푹 빠져있거든요. 그래서 한국말도 좀 배웠어요."
단 한 번의 대회가 끝나면 철거해야 할 임시 시설물 예산도 19억 원,
이처럼 나흘간 대회에 소요되는 비용이 50억에 이르지만, 드론축구는 '국제경기대회지원법'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스포츠 종목에 사용될 수 있는 체육진흥기금 사용도 불가능합니다.
[박혜진 기자]
"다시말해 정부와 체육회로부터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도, 국제경기로도 취급 받지 못하고 있어 기금을 지원해 줄 근거가 없다는 뜻입니다. "
대회를 주최하는 드론축구연맹 측은 자부담 없이, 민간경상사업보조 혹은 행사보조금 등 국비와 지자체 예산을 끌어와 50억 전부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열린 세계잼버리와 아태마스터스대회에 지원된 보조금과 같은 성격입니다.
[전북도 관계자]
"사회에 어떤 영향을 하잖아요, 유익한 일을 하니까 그런 경우도 저희가 다 줄 수 있어요."
일개 민간단체에 불과한 드론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자칭 월드컵.
고작 나흘간 치러지는 행사에 투입되는 혈세 50억 원은 막대한 예산임이 분명하지만 대회의 권위와 성격, 그리고 예상되는 기대효과는 다분히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분석 속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혜진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
그래픽: 안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