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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촬영이 '무단침입?'.. 취재기자 '기소의견' 송치
2024-07-30 512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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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산대 총장의 127억 대 해상풍력 연구와 관련한 의혹, 지난해 집중적으로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군산대의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이 저희 전주 MBC 기자에게 죄가 있다며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직원들의 용인 하에, 총장실 앞에서 압수수색 장면을 촬영한 것이 '건조물침입'에 해당한다는 황당한 이유인데요.


언론 단체들도 비상식적인 겁박으로 취재를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규탄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서해지방해경은 군산대학교 이장호 총장의 사무실과 연구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전주MBC는 이 과정을 촬영해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일, MBC 뉴스데스크 전북권 뉴스]

"해경은 이 총장이 해상풍력연구원장 시절 진행한 국비 270억짜리 연구 사업 관련 자료 일체와 연구결과 보고서 등을 입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비 127억을 사용하고도 발전기가 설치되지 않아 국무조정실이 국가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꼽기도 했던 해상풍력 기술개발 사업,


100차례 넘는 한우 회식 등 연구비 유용 의혹이 잇달으면서 해경이 강제 수사에 나섰던 사안입니다. 


그런데 지난 3월 군산대는 취재 방식에 문제 있다며 취재진을 고발했고, 군산경찰서가 취재 기자와 촬영 기자, 오디오맨 등 3명에게 건조물침입의 죄가 있다며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총장의 개인 집무실을 침입하는 등 군산대 내 건물을 무단으로 침입했다는 이유입니다.


[경찰 관계자(전화)]

"판례를 볼 때는 인정이 된다고 봤기 때문에, 사실은 그렇게 (담당 수사관이) 했다고 주장을 해요. 그렇게 결정한 것 같아요."


기자 신분과 취재가 목적이라는 점을 경비원에게 밝히긴 했지만 압수수색 취재라고는 안 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유와 함께,


출입한 총장실 주변이 제한 구역에 걸려있더라는 것이 경찰이 해당 기자에게 밝힌 또 다른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 근거로 든 규정이 군산대가 내부인을 규율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세부 규칙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치 손님에게 가훈을 지키지 않았다고 나무라는 격입니다. 


취재진은 경비원의 안내에 4층으로 이동한 뒤 총장 비서실장과 만나 별다른 마찰 없이 대화를 나눴습니다. 


[군산대 총장 비서실장(압수수색 당일)]

"밤 오늘 새워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는데요. [밤을 새운데요?] 컴퓨터, 뭐 이런 거 하는데, 다른 거는 없는데...."


다수의 직원들이 지켜보는 앞이었고 제지도 없습니다. 


해경 수사관들이 수색을 벌이는 총장실에는 진입하지 않고 문 바깥에서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법에 저촉될 행위가 있었다면 제지했어야 할 수사관들도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해경 수사관(압수수색 당일)]

""[산학협력단이랑 총장실?] 예, 각각 흩어져서 하는 거여 가지고, 네. [감사합니다.] 네."


법조계도 검찰의 결정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입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 직원들의 제지 없이 출입과 촬영 행위가 이뤄진 점을 보면 '침입 행위'로 평가하기 어려운 데다,


백번 양보해 '침입'이 인정되더라도 공적 인물의 공적 사안에 대한 취재이기 때문에 '정당행위'로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입니다.


[이덕춘 변호사]

"후속 취재라는 것이 사회적인 상당성이 있잖아요. 보도로 인해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고, (군산대는) 공적인 기관이고, 그거를 취재하러 가는데 그게 위법하다고 하면..."


언론단체들도 규탄의 목소리를 이어갔습니다.


전국MBC기자회는 성명을 내고 "정당한 과정으로 이뤄진 취재를 불법으로 재단하는 건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라며, "비상식적인 겁박으로 취재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영상기자협회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의 총장은 수시로 감시받고 견제 받아야 할 위치"라며, "경찰의 무리한 행보는 지역의 공권력과 공공기관의 유착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크다"고 규탄했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진성민

그래픽: 문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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