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주천의 명물이던 버드나무들이 무차별적으로 벌목되면서 논란입니다.
여름철 하천 범람을 막는다는 이유로 20년 넘게 한옥마을 부근 천변에 자리 잡은 나무를 베어버려 환경과 경관을 망쳐버렸다는 지적인데요.
전주시는 뒤늦게 벌목을 중단하고 환경단체와 협의에 나섰지만, 전주천과 삼천 일대에서 베어진 나무만 이미 200여 그루가 넘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남천교 인근 전주천변, 물가를 따라 3~4미터 간격으로 갓 베어낸 나무 그루터기들이 이곳저곳에 보입니다.
수령 20년이 넘은 제법 굵은 나무들, 1km 남짓한 구간에 60그루가 베어졌는데, 대신 옆에는 화단이 조성됐습니다.
이곳은 하천 반대편에 있는 나무들처럼 수려한 버드나무들이 일렬로 자라고 있었던 곳이었는데요. 지금은 이렇게 그루터기만 남았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리 위 청연루 기와와 푸른 버드나무 가지가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던 곳,
불과 한 달 사이에 확연히 달라진 모습에 환경단체는 물론 시민들도 분통을 터뜨립니다.
[정행옥 / 전주 시민]
"너무 허전해요. 매일 산책 나오는 사람 입장으로는... 봄이면 지금 막 버드나무에서 푸릇푸릇하게, 나무들이 엄청 올라와서 정말 예쁜데...."
[전정일 대표 / 생태교육센터 '숲터']
"저는 우리 어린 친구들한테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너무 소중한 공간이다, 여기 살려서 우리 후세들한테도 물려주자라고 얘기했는데, 저렇게 처참해졌습니다."
14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하천을 준설하고, 260그루의 나무를 베어낸 전주시,
3년 전과 같은 여름철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며, 해당 지역의 경우 8cm에서 39cm 가량 수위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부 나무만 솎아내자는 민관 협의체의 권고도 있었지만, 나무는 무차별적으로 베어졌습니다.
[전주시 관계자]
"밀집돼 있는 나무를 중간중간 솎아내서 관리하자는 쪽으로 얘기했지만.... 살아있는 나무들이 넘어지고 끊어지면, 재산과 인명피해가 되면 또 저희 관리 소홀 책임이잖아요."
앞으로는 '생태'보다는 '치수'에 하천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주시,
환경단체들은 벌목의 홍수 예방 효과에 대한 근거도 부족한데, 협의도 없이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시장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정현 / 전북환경운동연합]
"(범람 우려 감안해서) 키 큰 나무들을 중심으로 해서 가꾸고 관리해서 현재와 같은 경관들을 만들어냈거든요. 일거에 협의도 않고 베었다고 하는 부분들은, 본인의 어떤 개발 시장의 이미지를 더욱더 굳히겠다, 이런 태도로밖에는...."
전주시는 뒤늦게 벌목을 중단하고 환경단체와 협의하겠다고 나섰지만, 곳곳에서 여러 이유로 베어지고 있는 나무를 되살릴 길은 없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