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군산에는 일제 침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군산대에서 일제시대 무기고로 추정되는 동굴이 무더기로 발견돼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관광자원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 보다는 식민지 유산의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규명하는게 시급합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6.25 전쟁 당시 북한의 민간인 학살이 이뤄진 군산 시내 한 동굴터입니다.
과거 정부 조사 결과, 주민 120여명이 숨져간 이 터는 원래 일제가 무기를 저장하려고 파놓은 '인공동굴'로 밝혀졌습니다.
식민통치 현장에서 빚어진 동족상잔..
두 번의 근현대사 비극이 서려있는 이곳은 국립 군산대학교 캠퍼스입니다.
올해 이 학교에선 일제가 무기고로 쓴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 6기가 더 발견되며 이목을 모았습니다.
학교 연구진들이 60년대 항공사진을 확보해 단서를 잡아내면서 무더기로 발견된 겁니다.
현재 접근이 통제된 가운데, 20여 미터 안쪽에는 날카로운 도구로 동굴을 파낸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조인진 /군산대학교 박물관 팀장(학예연구사)]
"천장 부분에 '괭이흔'들이 굉장히 많이 남아 있어요. 이게 혹시나 저희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동굴이 확실시 된다면,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강제동원해서 동굴을 (만들었을 것으로 보여)"
이곳 역시 동굴이었습니다. 1980년대 학교 부지를 조성할 당시에는 사료적 가치를 발견하지 못해 전체를 흙으로 덮어둔 것입니다.
군산대 연구진은 일제가 만든 군산비행장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이곳 학교 부지가 태평양전쟁 때 군사훈련장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 발견된 인공동굴들 역시 일제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어떤 목적에서 조성했는지 그리고 조선인이 강제동원됐는 지를 밝히는 조사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기록이 없는 지금 시민들의 기억을 복원하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조인진 /군산대학교 박물관 팀장(학예연구사)]
"일제강점기에 이 상황을 증언해주실 어르신들이 8,90대이잖아요. 그런 분들이 증언해주셔야 가장 좋을 것 같고.."
현재 군산시는 일제가 만들고 한국전쟁 때 민간인 학살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공동굴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군산대와 공동연구를 논의 중입니다.
또 한편에선 강제수탈의 역사를 복원해 관광자원화를 추진한다는 계획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 동굴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고 이후 문화적 가치에 따른 보존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시급해 보입니다.
MBC 뉴스 조수영입니다.
- 영상취재 : 서정희
- 그래픽 : 문현철
- 화면제공 :군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