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완주의 한 계곡을 훼손하며 벌어지고 있는 불법 공사가 완주군의 고발과 행정 처분에도 강행됐습니다.
군수가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지만, 담당 부서는 제지하지 못한 것은 물론 향후 원상 복구에도 미온적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완주군은 행정권한은 왜 갖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대둔산 인근 봉수대산 자락에 위치한 완주 신흥계곡,
한 불교단체의 땅에, 해당 단체의 관계자가 진입로를 내고 흙을 높게 쌓아 올려 대규모 부지를 조성하는 불법 공사를 벌였습니다.
3주 전인 지난 13일 해당 불법 공사를 알게 된 완주군, 공사 중지 요청과 원상회복 계고 처분을 내렸고, 불교단체인 양우회와 관계자들을 상대로 3차례 고발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완주군의 대처를 비웃듯 불법 공사는 계속됐고 하천과 산림의 추가 훼손으로 이어졌습니다.
[정일순 /인근 마을 주민]
"일반인들이 만약에 그렇게 땅을 파헤친다고 하면 경찰들이 진작 잡아갔을 거예요. 지금 어느 누가 터치를 못하잖아."
유희태 완주 군수는 그간 신흥계곡 불법 공사에 대해 "불법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주무 부서의 태도는 다릅니다.
부족한 인력 탓에 공사 진행을 적극적으로 막을 수 없었고, 공사 이전 상태로 복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강제 집행은 검토만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겁니다.
[신세희 /완주군 건설안전국장]
"나무를 베었는데 같은 종류를 그대로 심어놓으라는 것은 상당히 어렵잖아요. 비탈면 붕괴라든가, 주변에 피해가 없도록 만들어진 상태라면, 원상복구에 대한 것을 종합적으로 검토를 해야 될 거 아니냐...."
관행적인 행정 처리도 불법 공사가 진행될 시간을 벌어준 셈이 됐습니다.
행정대집행법에 따르면, 원상복구를 위한 '상당한 이행 기간'을 적용해 의무자에게 조치를 취하도록 한 뒤에야 지자체 차원의 강제 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주군은 공사 규모나 성격 등 아무런 검토도, 근거도 없이 임의로 30일의 원상 복구 기간을 줬고, 그동안 공사는 아무 제지 없이 진행돼 마무리 단계에 이르게 된 겁니다.
[완주군 관계자]
"저희가 그냥 계고 (뒤 유예 기간)은 항상 거의 한 달로 규정하고, 다른 공사도 한 달로 정해서 하고 있어요. 2차까지 하니까요. 어차피."
결과적으로 불법 공사를 보고도 전혀 막지 못한 완주군,
현장에 대한 원상복구가 안된다면 완주군이 불법 공사를 암묵적으로 용인해 주는 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정현 /전북 환경운동연합]
"이런 식이라고 하면 누구나 다 불법이나 잘못을 저질러 놓고 사후에 보완하고, 용인해 주는 절차를 밟게 되는 건데, 굉장히 나쁜 행정의 선례를 만들어가는...."
유희태 완주군수의 말뿐인 엄정 대응 방침에, 주무 부서에서는 미온적인 인식과 태도를 보이는 등 군수의 말도 먹히지 않는 무기력한 행정이 현장의 불법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함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