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 앵커 ▶
요즘 남원지역이 춘향의 영정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광한루에 춘향 영정을 새로 만들지, 기존 것을 그대로 쓸지 논란인데요.
우리 전통의 정절과 미인의 표상이다 보니, 영정 작가의 친일 전력에 이어 이제는 영정 속 춘향의 용모까지 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허현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춘향을 기리는 남원의 사당입니다.
90여 년 전부터 춘향의 영정을 모시고 제를 올리며 '춘향제'의 거점이었던 곳.
굳게 닫힌 문이 열리자 영정은 없고 텅 비어 있습니다.
영정을 그린 김은호 화백의 친일 행적이 드러난 데다 영정의 왜색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2020년 철거된 겁니다.
[강경식 /춘향영정복위시민연대 대표]
"(일본 황실의) 국화꽃과 (조선 왕실의) 오얏꽃이 합치된 모습을 여기에 그려 넣었습니다. 이건 내선일체로서, 그런 뜻으로 그려진 그림입니다."
대안으로 떠오른 건 남원 향토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 또 다른 영정,
1931년에 최초로 사당에 걸렸던 춘향의 영정인 만큼 원위치시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연구용역을 진행한 남원시는 영정을 새로 그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소설 속 16살 춘향이 아닌 혼인 뒤 30대의 모습으로 보이고, 일제 시대에 그려져 복식이 고증에 맞지 않고 화가의 기량도 부족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부 남원시민들은 영정 신규 제작에 반대합니다.
춘향을 실존 인물처럼 기릴 정도로 시민들이 각별하게 생각해 온 건 춘향전 소설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전통 민중 문화를 지켜 내려는 노력이 춘향제였고, 그 춘향제와 함께한 것이 바로 춘향 영정이었다는 겁니다.
역사성과 상징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30대 춘향의 모습은 논란 삼을 일이 아니고, 오히려 일편단심을 지켜낸 모습이 시대의 염원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강경식 /춘향영정복위시민연대 대표]
"민족정신이 담겨있는 최초 춘향 영정을, 최초 춘향 사당을 복원해서 봉안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예술성이 떨어지니, 그런 것도 다 최초 춘향 영정을 폄하하기 위한...."
남원을 상징하는 춘향을 둘러싸고 전통과 역사에 대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란은 장기화될 전망입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 영상취재: 권회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