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한 기업들이 지반 침하로 벽이 갈라지고 빗물이 샌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3년 째 지속되는 상황에 국정감사장에서도 질타가 있었지만, 부지를 조성한 LH 측은 입주기업 탓이라고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해 있는 한 기업입니다.
공장 건물 바깥쪽 외벽에 5미터가량의 균열이 발생했고, 사이에서 돌조각이 힘없이 떨어져 나옵니다.
공장 부지 아래쪽에는 토사가 유출돼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공장 여기저기에 10cm 가량 지반이 내려앉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장영수 /익산 지반침하 피해기업대책위원장]
"이 12cm라는 것은 올해만 12cm가 아니라, 계속 해마다 3년째 가라앉고 있다는 거예요. 이 기업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 도무지 답이 없어요."
장마철이면 주변 토사가 흘러내리고, 냉동창고에서는 천장과 벽면을 타고 물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리는 일이 빈번한데,
입주 기업들은 안전 문제는 물론이고 원료 창고 등 설비는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해 피해가 크다고 말합니다.
[안진영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장]
"물이 새고, 밑에도 습기가 올라오다 보니까 습도 조절이 안돼요. 원료 보관이랄지, 공장 생산 활동이랄지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와있습니다."
수년째 이어져 온 기업들의 피해 호소에도 해당 부지를 조성해 분양한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자신들과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해마다 제기되고 있지만,
LH 측은 분양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없는 데다, 입주 기업의 옹벽 공사가 지반이 약해진 원인이라며 책임을 돌렸습니다.
[이정관 /LH 사장 직무대행]
"(입주기업의) 옹벽 공사로 인한 침하로 밝혀지다 보니까 저희가 어떻게 조치를 취하기가...."
[김수흥 /국회의원]
"지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LH는 국민의 안전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시네요."
[이정관 /LH 사장 직무대행]
"아닙니다. 저희가 당연히 챙겨야죠."
하지만 입주기업들의 주장은 다릅니다.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전 해당 부지에는 소하천이 가로질러 흐르고 있었는데,
피해 원인 규명을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이 하천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배수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지하수 수위가 상승한 것이 지반 침하의 1차적 원인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시행사로서 설계와 부지 조성을 주관하고, 업체들에게 하자가 있는 땅을 분양한 LH의 책임이 크다는 겁니다.
[안진영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장]
"이렇게 2,3년이 흐르게 되면 기업 활동을 못한다고 저희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이게 국가 산단이고, 공공성을 띤 LH가 판매한 땅인 만큼...."
입주기업들은 앞으로 발표될 용역 보고서에 LH 측의 책임이 드러날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와 손해배상 청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김종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