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지난 22년 동안 전주를 연고로 삼았던 프로농구 KCC가 연고지 이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실내체육관 신축 지연 등의 문제로 전주시와의 신뢰에 금이 가면서 연고를 부산으로 옮긴다는 계획인데요.
전주시는 KCC의 일방적 통보를 비난하고 나섰지만, 최고 인기 구단을 잡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이 거셉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늘 열린 KBL 이사회에서 KCC는 전주를 떠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부산으로의 연고지 이전 안건을 상정해 승인받은 겁니다.
구단 측은 전주시와의 갈등을 원만하게 수습하기 위해 인내했지만,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 지역 국회의원이 "체육관을 직접 지으라"고 요청하는 등 홀대가 지속됐다는 겁니다.
[최형길 KCC 이지스 단장]
"(신축 지연 속에서) 허구연 (KBO) 총재하고 협약식을 맺고 6월에 (야구장) 기공식을 갖는 걸 보고 이제 농구는 뒷전이 됐구나 (아쉬움이 깊었다.) 그때부터 이전을 해야 되겠다는 고민을 시작을 했고요."
당장 10월 열리는 개막식부터 부산에서 경기를 치를 전망,
전주시는 이에 대해 KCC가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졸속 이전으로 시민을 우롱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수차례 면담 요청에도 구단 측이 만나 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김인태 전주시 부시장]
"대화 자체를 아예 봉쇄를 하고 만남 자체를 회피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지니까 저희는 또 그런 부분이 당혹스럽고...."
하지만 올해 안에 프로농구 체육관을 짓겠다던 약속은 3년 뒤로 미뤄졌고, 오히려 착공이 늦은 야구장보다 늦게 준공이 예정된 상황,
섣불리 구장을 비워달라고 '협의'를 요청해 빌미를 만든 것도 전주시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새 홈으로 유력한 부산 사직체육관이 만 2천 석 규모로 전주의 3배에 달하는 것이 현실,
비교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데 1년에 한두 차례 면담으로 노력을 다했냐는 지적입니다.
실제 시청 게시판에는 항의 글이 쇄도하며 전주시의 안일한 행정에 비판의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입니다.
[김승원 / KCC 이지스 팬]
"아쉽기도 하고 화가 나고요. 제가 좋아하는 구단이고, 진짜 거의 20년 동안 좋아했던 팀인데... 정말로 대처를 이렇게 할지는 사실 몰랐어요."
프로야구단이 사라진 지 20년 만에 시즌 올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인기 농구단까지 전북을 떠나게 된 상황,
프로 구단은 축구 한 팀만 남게 되면서 즐길 거리 없는 불모지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