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해 전주 우림교에 설치된 목재 경관시설이 일본풍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됐었죠.
전주시가 뒤늦게 대책을 내놨지만 미봉책에 불과했고, 우림교는 여전히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건축물로 남아 있습니다.
한범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전주 삼천을 가로지르는 우림교, 교량 위에는 경복궁 회랑을 본떠 만들었다는 목재 구조물이 설치돼 있습니다.
전통문화도시 전주의 새로운 상징물이 될 수 있다며 지난해 4월 완공까지 예산 8억 원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지붕과 천장을 보면 한옥이 아닌 일본 전통건물이 먼저 떠오른다는 게 시민들의 반응입니다.
[이태영 /고등학생]
"한국은 원래 기와집으로 돼 있잖아요. 기와나 초가집으로 돼 있는데, 이거는 한국(양식)은 아닌 거 같아서 기분이 좀 안 좋았어요."
붉은빛 조명이 들어오는 저녁에는 일본 신사에 와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고 합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시 당국은 시설 일부를 수리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미 많은 예산을 들인 탓에 시설 전체를 철거할 순 없었습니다.
전주시는 회랑의 세로 창살에 가로 창살을 더하는 방식으로 보수 공사를 벌였습니다.
[전주시 /완산구청 관계자]
"처마 부분을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서 우리나라 전통적인 한복소매형으로 보수를 했습니다."
부분적으로 일본 느낌이 줄긴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체성이 살아있는 건축물로 탈바꿈한 정도는 아닙니다.
[이경신 /전주시의원]
"이제 우림교는 전통문화도시 전주시를 부정하는 아이콘(상징)이 되었습니다. 사무라이 투구를 형상화하는 저급한 왜색 모방이라는 극단적인 평가가 (있습니다.)"
비용을 계속 쏟아 부었지만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전주시가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착공 전, 전문가들이 참여한 경관심의위원회는 형식적인 승인 절차만 밟았을 뿐 예상되는 문제점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보수 공사를 앞두고는 주민 여론을 모은다며 완산구청과 효자3동 주민센터에서 스티커 조사를 진행했는데, 공사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지 의문입니다.
면밀한 검토 없이 설치한 공공시설물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도마 위에 올라 있습니다.
MBC 뉴스 한범수입니다.
- 영상취재 : 진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