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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저질러도 감옥 안가요".. '촉법소년' 지난해 2만여 명 육박
2024-02-11 3111
이정용기자
  jylee@jmbc.co.kr

사진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가해자들이) 촉법소년이라는 게 너무 원통합니다." 


지난해 10월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 '전주 A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 집단따돌림 폭행 살인미수사건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적힌 A4용지들이 뿌려졌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동급생 10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학생의 아버지가 쓴 '호소문'이었습니다.


가해자들이 만 14세 미만 청소년으로, 소년법상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 '촉법소년'이라는 사실에 분함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해 12월 열린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는 가해학생 가운데 5명에 대해 학교폭력으로 인정했지만, 피해학생은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갔습니다. 


■촉법소년 4년새 3배 늘어..강도·살인·마약 등 강력범죄도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형사처분을 받지 않은 촉법소년이 지난해 2만여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촉법소년 수는 1만 9천 65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4년 전(2019년 8천 615명)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매년 촉법소년 수는 증가해 5년 동안 총 6만 5천 987명에 달합니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절도와 폭행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강도와 살인 등 강력범죄도 적지 않았습니다.


절도가 3만 2천 673명(49.5%)으로 가장 많았고, 폭행 1만 6천 140명(24.5%), 강간·추행 2천 445명(3.7%)이 뒤를 이었습니다.


방화 263명, 강도 54명, 살인 11명 등 강력범죄도 다수 발생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절도·폭력, 강간·추행, 살인을 저지른 촉법소년이 모두 전년보다 늘어났습니다.


특히, 마약은 15명에서 50명으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주환 의원은 "촉법소년 상한연령을 낮추고 교화를 개선하는 등 근본적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년범 처벌 강화해야" vs "처벌이 근본 대안 아냐"


촉법소년은 법원 소년부에 송치돼 감호 위탁,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1∼10호까지의 보호처분을 받습니다.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촉법소년들의 범죄가 증가하고 흉포화하고 있다는 여론에 소년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2022년 12월 형사 처분 상한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하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만 12세 미만으로 더 낮추거나 특정 강력범죄에 한해 형사 처분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장기 계류돼있는 상태입니다.


이는 처벌 강화의 실효성을 놓고 입장차가 상당해서입니다.


법원행정처는 정부 발의안에 대해 "가정환경 개선이나 정신질환 치료 등 적극적인 사회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신중한 입장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연령 조정을 통한 형사처벌의 확대는 소년범죄 발생의 근본적 원인에 대응하는 실효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견해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의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의 쟁점'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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