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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달빛철도는 광주-대구천하 시발점인가.. 장수함양에 진짜 산업단지?
2024-02-11 2790
박혜진기자
  hjpark@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승리한 자들의 축배.. 달빛 철도 기념식


"달빛철도 사업을 하는 데 가장 노력을 많이 하신 분이 강기정 광주시장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인사말로 행사의 포문이 열렸습니다.


"홍준표 시장이 법안을 만들고 영호남이 함께했을 때 과연 가능할까, 추진력이 강한 홍준표 시장에게 환영의 박수를 보내주십시오."


강기정 광주시장의 화답이 이어졌습니다.


헌정 사상 역대 최다 국회의원 261명이 초당적인 힘을 발휘해 통과된 달빛철도.


두 시장의 발언이 이어진 뒤 손을 맞잡고 함께 만세를 부를 땐 현장에 모인 1천여 명의 광주·대구 시민들은 환호했고, 한편에 자리한 전북 관계자들은 씁쓸함을 삼켜야 했습니다.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 사업, 판이한 운명


전주-김천선과 광주-대구선이 추진되기 시작한 건 공교롭게도 같은 날이었습니다.


두 사업은 2006년 제1차 국가철도망계획에 추가 검토 사업으로 나란히 반영됐습니다.


그러나 15년 후, 2021년 두 사업의 운명은 판가름 나기 시작했습니다.


전주-김천선은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터덕이기 시작할 때, 광주-대구선은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 '신규'사업으로 반영된 겁니다.


경제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두 동서횡단 철도사업.


광주-대구선은 헌정 사상 역대 최다 국회의원인 261명의 동참을 통해 굴레에서 기적처럼 벗어나 특별법을 통과시키며 사업을 추진할 근거까지 챙긴 겁니다.


하지만 전주-김천선은 사전타당성 조사만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달빛 산업 동맹..'광주·대구' 천하의 도구로 전락하나?


광주와 대구는 수도권 집중화에 대응하기 위한 '남부거대경제권' 인프라를 조성하자며 철도가 지나게 될 순창과 남원, 장수, 함양 등 10개 지역과 동맹 협약을 추진했습니다.


인구 2만여 명밖에 되지 않는 장수와 순창은 이 협약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특히 순창군은 협약에 따라 관광벨트 등 신산업벨트가 조성되면 '중간 역인 장수, 순창, 남원으로의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철도 주인공 '광주-대구'가 그리는 그림과 괴리감이 있습니다.


일단 철도 노선이 통과하는 지역들의 '지방소멸 위기'를 해결해 주기 위한 동맹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협약 내용을 보면 '달빛첨단산업단지, 국가 AI디지털 혁신지구 구축'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 왜 하필 '달빛첨단산업단지'일까?


지난해 정부는 광주와 대구를 '미래차 특화단지조성지역'으로 지정한 만큼 두 지역은 AI자율주행과 미래차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두 지역의 주력 사업인 미래차·AI산업 단지를 장수와 함양에 세우겠다는 계획인데 협약에 따라 공동산단이 조성될 경우 그만큼 대구·광주의 영향력이 전북과 경남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협약에는 '대구-광주 2038 하계 아시안게임의 성공적인 유치'에 적극 기여하라는 내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달빛 철도에 치여 전북이 광주-대구 시대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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