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 앵 커 ▶
의붓아버지의 폭행으로 숨진 16살 김 군에 관한 소식,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사건 두 달여 전 경찰이 학대 신고를 종결하자, 김 군을 보호할 다른 방법을 찾았던 학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번엔 무엇이 문제였고,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개선돼야만 할까요?
허현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6살 김 군이 의붓아버지의 폭행으로 숨지기 불과 2달여 전,
학대를 가장 먼저 의심했던 건 김 군을 오랜 시간 지켜봐 왔던 학교였습니다.
친구들에게 사과문을 돌리게 한 의붓아버지의 알 수 없는 행동과, 수상했던 눈 밑의 멍이나 다친 손가락.
어린 시절 학대로 보호 시설에 위탁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이즈음이었습니다.
[학교 관계자]
"(친모인) 어머님은 주로 얘기를 안 하려고 하셔요. 아빠하고 얘기해라, 뭐 이런 것이고요. 부친과 얘기하면 그런 적이 없다, 장난하다 다친 것 같은데 지금은 다 나아가고 있다.."
깊은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과 익산시는 김 군과 부모의 진술을 주요 근거로 학대 의심 정황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익산시 관계자]
"(담임 선생님도 당연히 조사를 하셨을 거잖아요? 학교 관계자나.) 네 물론, 그 주변인으로 하죠. 학교 선생님은 이제 저희가 평소에 학교생활이 어떠했는지, 참고 사항으로 조사하는 거죠."
수사 이후에도 의붓아버지는 학교에 '김 군이 도벽이 있다'는 의아한 주장을 반복했고,
학교는 전문적인 상담이라도 받으면 상황을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부모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비용도 학교에서 모두 대겠다며 간곡히 설득을 이어간 끝에, 겨우 "세종 등 다른 지역 기관이라면 상담을 받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교육청 관계자(전화)]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서는 굉장히 역할이 제한적이에요.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의심 사건으로 신고를 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역할이 있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학교에서 발견한 징후들은 충분히 학대를 의심할 만한 사안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아이의 의사나 부모의 친권이 제한되고 배제되더라도, 분리와 같은 응급조치를 훨씬 적극적으로 취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판단 기준과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혜선 / 원광대 가족아동복지학과 교수]
"이미 본인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라든가 상황이 굉장히 미흡합니다. 부족합니다. (아이의 의사나 권리보다) 생존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돼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교육계에서도, 현재는 단순 신고의무자일 뿐인 학교에 적극적인 분리나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김종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