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전북교육청이 무려 70여 개에 달하는 근조기를 운용하면서 배달 용역업체가 종전에 비해 10배 넘는 수익을 거두게 됐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장례식장에 미리 가져다 놓는 경우도 많았지만, 마치 먼 곳에서 직접 배달된 것처럼 수수료가 책정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수천만 원대 수수료를 벌어들인 사업자는 수의계약으로 선정됐는데, 다름 아닌 교육감 선거 당시 캠프 관계자의 가족이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거석 교육감 취임 후 근조기를 제작하고 배달하는 데만 1억 가까운 예산을 써 논란이 됐던 전북교육청.
[박성현 / 전북교육청 행정국장(어제)]
"기쁨은 함께 하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함께 하면 반으로 준다, 그런 취지로 해서 근조기를 좀 늘렸고..."
각 지역별로 근조기를 배달할 때 건당 수수료를 얼마씩 지급하는지 정리된 단가표입니다.
전주는 1만 8,000원으로 책정돼 있는 반면 군산은 3만 8천 원, 순창이나 무주는 4만 3천 원까지 책정돼 있습니다.
교육청이 있는 전주를 기준으로 거리에 따라 배달료가 매겨져 있는 방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이 같은 수수료 책정 방식이 적정한 것일까.
[전북교육청 관계자]
"[이 단가 자체는 어떻게 매겨진 거예요?] 저희도 업체와의 서로 이제... 단가, 거기서 제시하는 부분들도 있고, 우리가 봤을 때 '적정하다'라고 (판단하면 책정된다.)"
군산의 한 장례식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다양한 근조기 중 도지사나 시장과 같은 주요 기관장들의 깃발을 사무실 한켠에 상시 보관하고 있습니다.
조문이 필요할 때마다 바로 설치해 쓰는 건데, 논란이 된 서거석 교육감의 근조기도 보입니다.
[장례식장 관계자]
"따로 보관을 하죠. 고정적으로 나가는 기관들은... 각 장례식장마다 하나씩은 있을 거예요. [가지고 있다가 그럼 장례가 있으면?] 연락이 와요."
그러니까 누군가 장례식장에 보관돼 있는 근조기함을 꺼내 빈소에 설치하기만 하면, 용역업체는 마치 전주에서 배달된 양 건당 3만 8,000원을 챙길 수 있는 겁니다.
문제의 근조기 배달업체에서도 이 같은 '대리 설치'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근조기 배달업체 관계자]
"한 6,70%는 (직접) 가요. 큰 데는 자주 나오니까. 하나씩 이제 아는 노인네한테, 아는 분한테 급할 때 좀 맡겨놓고 이러는 경우지만..."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교육청이 제작해 업체에 맡긴 근조기는 모두 75개, 도내 모든 장례식장에 하나씩 배치하고도 남는 숫자입니다.
이를 밑천 삼아 서 교육감 임기 2년간 업체 2곳이 벌어들인 수익은 4,400여만 원, 전임 교육감 시절 2년보다 10배가 넘습니다.
업체 선정도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자연스레 특혜 의혹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
[전북교육청 관계자]
"[전혀 검색해도 나오는 업체가 아닌 것 같아서 좀 의아해가지고요.] 알음알음 알았을 거라고 저희도 이제 추정을 합니다."
특히 올해부터 배달 용역을 맡게 된 사업자는 서거석 교육감의 선거 캠프에서 조직 관리를 맡았던 인물의 부인입니다.
[근조기 배달업체 관계자]
"당선되시기 전에 측근들한테 그런 얘기를 한 번, 좀 해보고 싶다,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있었으나. [이 일을 해보고 싶다라고?] 아니, 이제 서 교육감한테 얘기한 게 아니고...."
전북교육청은 수수료 책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시인하면서도 지역별로 분류해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또 수의 계약 당시에는 해당 사업자가 선거 캠프 관계자임을 몰랐다면서도, 다만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이달 초 업체를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 정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