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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한국인 소망했지만".. 산재로 숨진 몽골 국적 청년
2024-11-12 2219
이주연기자
  2weeks@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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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8일 김제의 한 특장차 제조공장에서 장비를 시범 작동하던 몽골 국적 30대 남성이 기계에 끼어 숨졌다는 소식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살면서 24년간 평범한 한국인이 되길 소망했지만, 한국 이름을 갖지 못한 채 사고로 숨졌습니다.


이주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장비 수십여 개가 줄지어 놓여있는 김제의 한 특장차 제조공장.


지난 8일 오전 11시쯤, 개발 장비의 시범 작동을 위해 기계를 원격 조종하던 몽골 국적 30대 연구원이 이곳에서 숨졌습니다.


[회사 관계자]

"국화꽃을 책상처럼 해놓고 (국화꽃이) 올려져 있더라니까요. 조문을 했으니까 여러 송이죠.."


경찰은 숨진 연구원이 경사로에서 미끄러지는  10톤 무게의 장비를 멈추려다 굴착기 사이에 끼어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회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보고 과실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주연 기자]

"유족 측은 장례를 연기하고,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회사의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숨진 청년은 한국에서 24년을 거주한 '미등록 이주아동'이었습니다. 한국 이름은 강태완.


6살에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온 뒤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한국에서 졸업했지만, 성인이 되자마자 불법체류자 신분이 됐습니다.


그렇게 10년을 지내다, 2021년 법무부가 한시적 체류를 허가해 주면서 국내 대학을 졸업했고, 인구 소멸 지역인 김제에서 5년 거주 조건인 '지역특화형 비자(F2R)'를 받아 취업했습니다.


태완 씨가 만약 5년을 꼬박 채워 일했다면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이 주어지지만, 그는 취업 8개월 만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김사강 /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

"태완 씨는 정말 굴하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까지 해서 '이런 선배도 있어 그러니까 너희들도 할 수 있어'라는 얘기를 (미등록 이주 아동들에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그런 사람이 간 게 저는 너무 안타까워요."


한국에는 어린 시절 태완 씨 같은 '유령 아동'이 1만 명 이상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법무부가 한시적으로 구제대책을 내놨지만 체류 자격을 받은 아동은 1천 명도 채 되지 않고, 이마저도 내년 3월 말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 진성민

화면제공: 이주와인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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