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자료사진]
◀ 앵 커 ▶
현 정부 들어 지역 영화제나 독립 영화제 예산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긴축 재정 기조때문이라지만, 지역 영화인들은 영화 생태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아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스물 다섯 해를 거쳐 이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명실상부 대한민국 양대 영화제로 성장한 전주국제영화제.
그런데 올해 국비 지원은 6억 8천만 원, 지난해보다 1억 3천만 원이 깎였습니다.
정부가 올해 국내 영화제 전체 예산을 50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대폭 칼질한 여파를 피하지 못한 겁니다.
내년에도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영화제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장성호 / 전주국제영화제 사무처장]
"영화제가 해가 바뀌고 역사가 쌓이면서 어느 정도 규모를 늘려나가는 노력들을 계속 해왔는데, 거꾸로 영화제의 작품을 줄이든지, 초청을 줄이든지 예산에 맞춰서 영화제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소규모 독립영화제들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청정 자연에서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영화 축제로, 유료 관객수가 부산과 전주, 부천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는 무주산골영화제.
지난해 1억 1천만 원이었던 정부 지원이 올해는 '0원'이 됐습니다.
전북독립영화제와 전북여성영화제 허허락락 등 지역에서 내실을 다져온 영화제들도 올해 국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달 말 개최된 전주국제단편영화제도, 국내외 출품작이 4천 편에 이를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핵심 인력인 프로그래머 없이 치러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곽효민 / 전주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한 세대가 끊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청년 창작자들 중) 정점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기회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어쩌면 이 시대에 봉준호나 박찬욱 감독 같은 출중한 감독들이 나올 수 있는데, 이 시대가 없어져버릴 수 있는 것이죠."
문제는 내년에도 이런 지역 영화제 예산 홀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김윤덕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영화 산업을 성장시키는 기본적인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로 가게 될 것이고.."
이미 여러 도시에서 영화제는 시민들의 사랑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문화 상품으로 성장했지만, 갑자기 한 축이 무너진 셈입니다.
[김아연 기자]
"창작자들이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 내놓고, 또 관객들은 그런 영화를 볼 수 있는 통로가 됐던 '영화제'들이 정부의 정책 변화로 생존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MBC 뉴스 김아연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