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자료사진]
◀앵커▶
귀하디 귀한 햅쌀이 밥상에서 밀려나다 못해 급기야 '가축 사료'로 전락할 처지가 됐습니다.
넘쳐나는 쌀 공급을 줄이겠다며 정부가 그야말로 '극약처방'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쌀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는 상황에서 일단 가격이라도 잡아보겠다는 건데,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입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확기를 앞두고도 추락하는 쌀값을 잡아보겠다고 열린 농업정책 관련 민·당·정 협의회,
정부·여당이 이 자리에서 뜻을 모은 쌀 수급 안정화 대책은 파격적입니다.
핵심은 다음 달 수확을 앞둔 햅쌀을, 대거 가축 사료용으로 처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송미령 /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올해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서 우선 밥쌀 면적 2만ha는 사료용으로 즉시 처분하고.."
정부가 그간 남아도는 비축용 양곡을 다른 용도로 바꾼 사례는 있었지만, 갓 나온 햅쌀을 사실상 가축 먹이로 털어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수영 기자]
"산술적으로 재배면적이 2만 헥타르 정도면, 약 10만 톤 분량의 밥쌀이 나오게 됩니다."
우리 국민 1명이 한 해 동안 먹는 쌀 소비량을 놓고 환산해 보면, 약 185만 명분의 쌀을 가축 사료로 돌리는 셈입니다.
올여름 유난히 더웠던 기후 조건이, 벼가 자라는 데는 도움이 되면서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쌀 소비는 갈수록 줄고 있어 이 같은 극약처방이 불가피했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입니다.
[송미령 /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선제적 수급 안정 대책을 작년에 비교하면 한 달 앞서서 조기에 마련하게 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쌀값이 도무지 반등할 기미가 없었다는 겁니다.
이번 조치에 앞서 정부가 올해 농가로부터 쌀을 사들여 쌓아두기로 한 공공비축물량은 45만 톤,
지난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공급 감축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산지 쌀값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만 4천 원이 넘게 떨어졌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현재까지 11개월 연속 하락을 거듭한 결과입니다.
지역 농정당국은 정부가 사료로 돌리겠다고 밝힌 10만 톤 분량의 추가 시장격리 계획에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최재용/ 전북자치도 농축수산식품국장]
"수확기 때 산지 쌀값이 농가소득에 굉장히 중요한 변수거든요. 이것(사료화 대책)은 더 이상 쌀로서의 복귀는 원천 차단되기 때문에 강한 의지는 있다."
하지만 쌀 소비를 진작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이번에도 빠져있어, 쌀 수급대책이 반쪽에 머물렀다는 지적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농식품부는 고품질 쌀 생산과 신규수요 창출을 위한 종합 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