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자료사진]
◀ 앵 커 ▶
이 달부터 전주시는 특정 구역의 음식물과 재활용 등 모든 쓰레기를 한 업체가 담당하는, '권역별 청소책임제'를 확대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민원이 폭주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데요.
환경관리원들은 기존에 비해 인력과 차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전주시가 민원 처리만 압박하고 있어 업무를 소화할 수 없는 상태라고 호소합니다.
이주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체감 온도가 33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23일.
뜨거운 도로 위에 한 남성이 쓰러져 오열하고 있습니다.
한참을 울던 남성은 탈진 증세를 보여 결국 구급차에 실려갑니다.
이 남성, 전주시청 소속으로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던 환경관리원 백광진 씨입니다.
이 달부터 권역별 청소책임제가 실시되면서부터 업무 과중을 호소해 온 백 씨는, 전주시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백광진 / 전주시청 환경관리원]
"(전주시가) 거짓말까지 하면서 저희를 업무 미숙으로 몰아가고 그리고 민원처리에만 급박한.."
환경관리원들이 재활용을 수거하는 현장을 동행해 봤습니다.
이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다세대주택 단지입니다.
특히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골목에서 이뤄지는 쓰레기 수거는 땡볕 아래의 노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플라스틱과 유리병 등이 담긴 5개의 그물 묶음을 하나하나 빼내고 다시 빈 그물을 설치하는 행위만 수백 번 반복입니다.
게다가 수거한 그물 묶음들은 일일이 옆 도로에 정차해둔 차량까지 가지고 가야 합니다.
좁은 도로 양옆으로 주차된 차들 사이로 2.5톤 차량을 운전하다 보면 사고의 위험에 늘 노출됩니다.
환경관리원들은 이처럼 변수가 많은 현장임에도 인력과 차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이, 이번 쓰레기 대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김 모씨 / 전주시청 환경관리원]
"쓰레기가 나오면 냄새도 나니까 여름이라.. 근데 저희가 (민원 들어오는 곳을) 처리하면 원래 기존의 코스를 또 못하고 그게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니까."
1인 시위에 나선 백 씨가 맡은 재활용 쓰레기 권역을 살펴봤습니다.
지난달까지 2.5톤 차 한 대가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했던 구역입니다.
'권역별 청소책임제'가 시행된 이 달부터 바뀐 구역은 기존보다 면적만 3배가량 넓어졌지만 마찬가지로 2.5톤 차 한 대의 몫입니다.
이 과정에서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전주시가 보낸 공문을 살펴보면 일주일 남짓한 기간을 주면서, '현재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업무를 인수하라고 지시하고 있습니다.
기존 청소업무를 진행하면서, 새 업무를 숙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백광진 / 전주시청 환경관리원]
"현실에 맞는 인원 분배와 그리고 업무량이 주어지고 그 안에서 서로 대화가 오가면서 타협점을 찾고.."
쓰레기 수거가 지연되면서 민원이 폭주하고, 민원을 처리하느라 당일 계획된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전주시는 민원 처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 유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