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자료사진]
◀앵커▶
벌써 두 계절이나 정성스럽게 길러온 벼를 농민들이 장비를 동원해 또 갈아엎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쌀값이 1년 내내 추락하는 데도 정부가 이렇다 할 정책은 내놓지 않고, 오히려 쌀 수입을 이어가는 데 대한 불만을 담아 시위에 나선 겁니다.
이창익 기잡니다.
◀리포트▶
뜨거운 햇볕 아래 이제 막 벼 이삭이 패고 있는 익산 춘포의 한 농경지
트랙터 3대가 논 가장자리부터 차례로 밀고 들어가 한창 크고 있는 벼를 사정없이 갈아엎습니다.
짙은 초록색이던 논은 금세 진흙과 쓰러진 벼로 뒤덮입니다.
논을 빙 둘러싼 농민들도 그저 말없이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만 봅니다.
[김영재 익산시 농민회장]
"농작물을 갈아엎는 가슴 아픈 투쟁에 정말로 가슴에 미어지는 그런 투쟁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것을 연일 할 수 밖에 없는 이 참담한 현실을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농민들이 논 갈아엎기 투쟁에 나선 것은 끝도 없이 추락하는 쌀값 때문입니다.
현재 쌀 80킬로그램 한 가마가 17만 원대로 지난해 수확기인 10월보다 18%인 4만 원 가까이가 떨어졌습니다.
더 큰 걱정은 조만간 쌀 수확이 시작되면 역대 가장 큰 폭락을 겪은 지난 2022년보다 쌀값이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지속된 쌀 격리에 더해 소비 감소가 더해져 창고마다 재고 쌀이 그대로 쌓여있어 올 가을 수매가 가능할 지부터 걱정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달 5만 톤 시장격리 조치 이후 추가대책 없이 오히려 쌀 수입개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조경희 농민회 전북도연맹 부의장]
"과잉 공급을 유발하는 쌀 수입을 정부가 중단하거나 줄이지 않고는 앞으로도 쌀값 폭락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최근 몇 년 신동진 같은 우수 쌀 품종을 강제 폐기시키는 등 생산 위주의 정책에 손을 놓았지만 농민 생존을 위한 큰 틀의 정책 전환은 더딘 모습니다.
농민들은 수확기만 되면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매번 논 갈아엎기에 나서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부는 애써 모르는 척 뒷짐만 진채 외면하는 모양새입니다.
MBC뉴스 이창익입니다.
영상취재: 김종민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