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19세 노동자가 작업장에서 숨진 제지 공장이 재조사를 실시한 직후 결국 유족과 합의했지만, 당일 측정된 유독가스 결과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기계가 측정할 수 있는 최대값을 넘겨 버린 1차 측정에 대해서는 오류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조사에 참여했던 전문 기관은 기계가 거짓말을할 리 없다며 일축했습니다.
전재웅 기자입니다.
◀리포트▶
19세 노동자가 사망한 제지공장 설비실에서 지난 7일 실시된 재조사 현장.
설비 가동이 6일째 중단됐던 당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뒤, 첫번째 측정이 시작되자 마자 가스 측정기가 붉은 빛을 내며 경보음을 울려댔습니다.
황화수소가 검출된 것인데, 수치는 무려 99.9ppm.
하지만 기기가 측정할 수 있는 최대수치가 99.9ppm이었을 뿐, 실제 검출값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공장 관계자도 예상하지 못한 듯 측정기관에게 무슨 상황인지를 묻습니다.
[공장 관계자]
"H2S(황화수소) 여기 있죠. H2S 있잖습니까. 제로 나오죠, CO2(이산화탄소) 제로.. (대한산업보건협회 관계자님) 설명 좀 해 주시죠, 여기."
당초 다섯 차례 계획됐던 측정은 중단됐고, 공장 측은 갑자기 기계 '안정화'가 필요하다거나 '기계 오류'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회사 관계자]
"측정기 검교정이 잘 안 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측정기를 지금 다시 다른 걸로.."
회사측은 '기기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를 중단했고' '최대치인 Max로 표시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가스 측정을 주관한 협회 측은 기계 오류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해당 측정기는 이미 연 1회 실시하는 정기 점검을 통과했고, 측정 전후로도 문제가 없을을 확인했다는 설명,
다시 말해, 99.9ppm 이상을 가리킨 측정값이 틀릴 리 없다는 겁니다.
[대한산업보건협회 전북본부 관계자]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장비로 확인하고 가져간 거예요.. 오류다, 오작동이다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걸 100% 저희가.. 이 장비는 절대 고장나지 않습니다."
한참 뒤 2차 측정이 시작됐고 2개의 기계로 재측정한 결과 모두 4ppm 가량으로 황화수소 농도는 뚝 떨어졌고, 이 수치만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노동자가 현장에 진입했던 때와 같은 조건으로 조성된 최초 계측 시점보다는 이미 20분 이상 지난 후였습니다.
[김경식 / 공장장]
"(수치로 말씀해 주세요.) 그러니까, 저도 지금 수치를 못 봤어요. 아까 막 흔들리고, 이래가지고 못 봤으니까.."
결국 처음 측정된 99.9ppm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겨진 상황에서, 20분이 흐른 뒤 측정된 4ppm의 의미만 강조됐습니다.
정치권과 노동 단체는 여전히 철저한 재조사와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가운데,
이번 주 공개될 부검 결과가 명확한 사인을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전재웅입니다.
영상취재 : 정진우
그래픽 :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