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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열심히 살았던 흔적입니다.".. 19세 청년의 수첩 공개
2024-06-24 124
전재웅기자
  rebear@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 19세 청년의 죽음.. 수첩에는 '열심히 살았던 흔적'


제지 공장에서 숨진 19세 신입사원이 생전 사용하던 수첩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9시 22분쯤 재직 중이던 제지공장 3층 설비실에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된 A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특성화고등학교를 다니며 이 회사에서 현장 실습을 거친 뒤 채용됐는데, 입사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유가족과 노동 단체가 고인의 죽음 원인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나선 가운데, 전주MBC에 "고인이 열심히 살았던 흔적들"이라며 A군의 수첩을 공개했습니다.


■ 목표와 계획이 빼곡히..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정하기"


A군의 수첩에는 과업에 대한 공부의 흔적은 물론 미래를 위한 자기 계발과 경제 계획이 적혀 있습니다.


독서와, 운동, 경제·언어 공부를 목표로 1년짜리 계획을 적었고, 생활비와 적금 등 항목에 따라 통장을 나눈다는 계획도 포함됐습니다.


월급과 상여금을 계산해 목표 금액을 모은 뒤 공군으로 입대하고, 전역 후에는 6천만 원을 모은다는 수 년 뒤의 앞날까지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A군이 투입된 공정은 본격적으로 종이를 찍어내기 전 원료인 펄프에 화학 약품을 투입하는 '조성파트'입니다.


고인의 두 개의 수첩 중 이 작은 수첩에는 펄프의 종류와 계기판의 영문자, 약품에 대한 업무 정보가 적혔습니다.


이 수첩의 마지막 장에는 파트 명칭으로 준비한 미완의 건배사가 기록돼 있어 열정으로 가득했던 사회초년생 A군의 모습을 짐작케 합니다.


■ 사고 당일 혼자 나섰다.. "2인 1조라면 빠른 조치 했을 것"


유가족과 노동단체는 지난 20일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군의 사망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특히, A군이 1시간 가까이 방치된 뒤 숨진 것과 관련해 사업장에 안전 사고 방지 매뉴얼과 교육이 있었는지, 왜 2인 1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가스누출이나 과로사의 정황과 같은 위법 사항이 확인된다면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유족은 "19살 어린 나이에 너무나 갑작스럽게 떠나버렸"다며 "많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던 너의 삶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버린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비통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 의문의 죽음은 진행형


회사 측에 따르면 A군은 8시 반쯤 동료와의 마지막 대화를 끝으로 6일째 멈춰 있었던 설비의 육안 검사를 위해 나섰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A군을 찾기 위해 동료가 9시쯤 나섰고 15분이 지난 뒤에 발견해 응급 조치와 신고를 마쳤다는 설명입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한 2차례의 검사에서 가스가 검출되지 않았고, 설비 이상으로 인한 작업과 달리 순찰의 경우 2인 1조가 필수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회사 측은 고인에 대한 애도와 유족측의 위로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유족과 수사 당국에 최선을 다해 협조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상 2~3주 가량 소요되는 부검 결과에 따라 경찰과 노동 당국은 관련법 적용 여부를 검토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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