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 앵 커 ▶
한빛 원전 1,2호기의 수명 연장 절차에서 한수원이 지자체를 상대로 열람 개시를 강제했다는 사실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결국 인근 6개 지자체가 모두 주민 공람을 개시했는데요.
이번에는 한수원 직원들이 주민들을 직접 찾아 선물을 주며 서명을 종용했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이주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한빛 1,2호기가 10년 더 함께합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건넨 선물세트에 붙어 있는 스티커 문구입니다.
주민공람이 한창이던 지난 16일, 한수원 한빛원자력본부 직원들은 이 선물세트를 들고 고창군의 한 마을회관을 찾았습니다.
[윤미덕 / 마을주민]
"10시 반까지 회관으로 모이라고 방송을 이장이 해서 우리는 뭣도 모르고 여기 왔어요."
한수원 직원들은 10여 명의 마을 주민 앞에서 재가동을 앞둔 한빛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관련 영상도 틀어줬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80대 이상인 주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읍니다.
[윤미덕 / 마을주민]
"알아듣지 못하니까 그러고 있다가 다 잊어버렸지. 다 잊어버려서 몰라요. (책자 같은 거 들고 와서 설명을 해주던가요?) 예. 책도 다 돌리더구만. 근데 우리가 뭘 알아야지."
지난 15일과 16일 이틀간 고창 공음면의 마을 여러 곳에서 설명회가 진행됐습니다.
직원들이 받아 간 건 설명회에 참여한 주민들의 서명.
하지만 열 명이 넘는 이름이 모두 유사한 글씨체로 작성되는가 하면,
지자체 직원의 확인 서명이 주민들의 서명보다 먼저 작성돼 있기도 했습니다.
[고창군 관계자(음성변조)]
"(그러니까 주민분들 서명 받기 전에 서명을 하신 거죠?) 네. 미리 저희 여기 공람부에 제가 밑에 담당자 서명을 해놨던 서류들이 있었거든요."
일부 주민이 문제를 제기하자 한수원 직원은 해당 서류를 찢고 회수해갔습니다.
한빛 원전 1,2호기를 10년 재가동하는 절차가 시작되면서 지난해 10월, 인근 4개 지자체는 이해하기 어려운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을 보완해달라며 주민공람을 수차례 거부해왔습니다.
그러자 한수원이 지자체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압박하면서 결국 주민공람이 개시됐는데, 이제는 마을로 직접 찾아가 주민들의 서명을 요구한 겁니다.
[이주연 기자]
"주민들은 한빛 원전 앞에서 선물세트를 반납하면서 주민공람 열람부의 공개와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정창규 / 고창군농민회 부회장]
"수명연장을 염두에 둔 초안 공람에 사업자인 한수원이 주민들을 접촉하는 등 직접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주민 공람 절차는 지자체가 주관하도록 규정돼 있어, 한수원이 직접 나선 이런 형태의 '찾아가는 공람회'는 법적 근거도 없습니다.
[한수원 관계자(음성변조)]
"찾아가는 공람장이라는 것은 솔직히 법적으로는 없어요. 주민이 직접 봤다는 걸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가서 봤다."
논란은 여전하지만 다음 달 3일, 함평군을 마지막으로 6개 지자체의 주민공람이 모두 끝나면 한수원은 최종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하게 됩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