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 앵 커 ▶
40년 가동을 끝으로 중단이 예고된 한빛원전 1,2호기의 수명 연장 절차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자체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는 주민공람이 강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주민공람' 절차, 일단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주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한빛원전 수명 연장과 관련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로 한 부안군.
하지만 면사무소에 비치된 설명 자료는 이해할 수 없는 전문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고, 누구 하나 설명해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결국 문서를 살피던 주민들은 이내 발걸음을 돌리기 십상입니다.
[박경자 / 부안군 주민]
"근데 그런 걸 쓰려면 여기에 대해서 제가 좀 대충이라도 알아야 되는데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걸.."
부안군 역시 그동안 해당 문서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이 주민공람에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한수원에 보완을 수차례 요청해오며 공람을 보류해왔는데 돌연, 입장을 바꾸며 주민공람이 강행됐습니다.
[부안군 관계자]
"(갑자기 이제 공람을 하게 된 이유가?)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한수원이) 이거 좀 얼른 해주시라고 아니면 원전에서 거기에서 움직일 것이다(라고 했어요)."
지난해 10월, 한수원은 원전 1,2호기를 10년 더 가동하기 위해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작성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6개 지자체에 보냈습니다.
6개 지자체 중 무안과 장성은 지난해 10월 공람을 시작해 완료했고, 나머지 4개 지자체는 이해하기 어려운 초안을 보완해달라며 공람을 거부해왔습니다.
이와 함께 최신 기술 수준이 적용되지 않았고, 6개의 원전이 모여있음에도 다수 호기 사고 발생이 고려되지 않았으며, 주민대피 및 주민보호대책이 반영돼있지 않다는 점 등도 지적됐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16일, 한수원이 4개 지자체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후 영광과 부안이 차례로 공람을 시작한 겁니다.
[한수원 관계자]
"행정소송 걸겠다고 말만 하면서 퍼포먼스만 보여준 거고 (걸었다가 취하했고요.) 지자체가 저희들이 그렇게 행정소송을 건다는 것을 암시하면 본인들이 적극적으로 공람을 할 거라고 저희들은 좀 생각을 했거든요."
채찍뿐만 아니라 당근 정책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수원은 같은 절차를 밟았던 고리원전 주민공람 때는 우수 지자체 직원들에게 포상까지 실시했습니다.
지자체 담당자의 관심도에 따라 문서 열람 차이가 크다며, 맘카페 등에 홍보를 한 공무원 개인에게 1인당 10만 원 상당의 기념품을 증정한 겁니다.
한수원이 원전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본질을 무시한 채, 연장 절차를 진행하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김지은 / 전북녹색연합]
"보완을 요청한 것은 지자체장이 마땅히 할 수 있는 권한인 거거든요. 근데 그것을 행정소송 했다는 것은 겁박 행위인 거고.."
인근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설명하기 위해 진행돼야 할 주민 공람은, 일단 시작되면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도 절차를 이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
그래픽: 안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