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국립종자원이 모내기용으로 보관하던 볍씨 300톤이 곰팡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수확량이 많고 가격이 높아 농민들이 선호하는 신동진 벼만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다른 품종을 심으면 그만 아니냐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퇴출이 추진된 품종이어서 결국 씨가 마르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립종자원이 곰팡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볍씨는 익산 창고에 보관중인 300여 톤,
익산시내 논 면적의 40%에 뿌릴 수 있는 볍씨가 날아갈 처지입니다.
볍씨 품종을 파악해봤더니 신동진 종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국립종자원 전북지원 관계자(지난 14일)]
"(신동진 말고 또 있었나요?) 해담쌀.. (해담쌀은 전혀 피해가 없었던 거예요?) 네."
밥맛이 좋고 수확량이 많아 이른바 돈이 되는 볍씨, 지난해 도내 재배면적 1위를 차지했던 품종인데 올해 공급 계획량 1,060톤 가운데 30%가 타격을 입은 겁니다.
농민들로서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영재 / 익산시농민회장]
"(신동진쌀은) 가격 지지가 됩니다. 일반 품종보다 조곡 40kg로 올해 같은 경우 한 5천 원 정도 갭(차이)가 났거든요."
하지만 정부는 이런 농민들의 걱정은 안중에 없어 보입니다.
지난달 국립종자원이 전북지역 지자체에 뿌린 낱장짜리 공문입니다.
곰팡이 사고를 인지한 지 한 달이나 지난 시점,
사태에 대한 상세한 언급은 없고, 그저 농업인들이 '참동진'이란 다른 종자를 신청하도록 도움을 요청한 겁니다.
[전북 A지자체 농정 담당자]
"그런 상황은 전혀 모르고.. 참동진 보급 예정이니까 많이 해달라, 그렇게만 알았던 거죠.."
참동진은 정부가 올해부터 신규 보급품종으로 밀고 있는 볍씨입니다.
지난해 신동진 퇴출을 추진하다 불발되자 곰팡이를 핑계로 슬그머니 참동진 밀기에 나선 것 아니냐며 농민들만 애를 태우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실제 신동진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쌀수급 조절을 위해 '쌀알이 너무 많이 나온다'며 3년 뒤 퇴출 방침을 못 박은 상황.
이 같은 분위기는 곰팡이 사고를 낸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종자원 관계자 말에서도 감지됩니다.
[국립종자원 전북지원 관계자1 (지난 14일)]
"참동진 좀 좋다고 해주세요."
[국립종자원 전북지원 관계자2 (지난 14일)]
"왜냐면 (참동진은) 신동진의 내병성(병균 저항성)이 좀 강화돼서 나오는 품종이라서.."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딴판입니다.
참동진 볍씨는 올해 종자 보급사업에서 농민들의 저조한 신청으로 500톤 이상 남아도는 것이 현실,
신동진은 '브랜드 쌀'로 자리잡았지만, 참동진은 시장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만큼 값을 쳐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쌀을 포장·가공하는 미곡종합처리장, 일명 RPC에서도 참동진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유통업계가 원하는 쌀이 아니라는 겁니다.
[전북지역 RPC 관계자]
"참동진으로 바꿔서 간다고 하니까 시장에서 신동진을 쓰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보내지 말아라'.. 자기네들은 다른 데 신동진을 쓰겠다고.."
국립종자원 곰팡이 사태로 원치 않는 볍씨를 심어야 하는 농민들만 피해를 떠안게 된 상황,
여기에 현장과 동떨어진 정부의 품종 전환 대책까지 맞물리면서, 거센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진성민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