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 앵 커 ▶
전북도청 구내 문구점이 잼버리 관련 수의계약 6건을 독식한 일을 계기로 그동안 도청이 숨겨왔던 수의계약 사유가 뒤늦게 공개됐습니다.
그런데 계약의 사유가 황당합니다.
단지 긴급하다는 이유로 수의계약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져 자칭 도청 홍반장이 활개치는 일이 벌어졌던 겁니다.
박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라북도가 의회의 질타를 받고 얼마 전부터 공개하기 시작한 수의계약 사유입니다.
계약 내용과 사유를 공개해야 한다는 행안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의계약의 사유를 공란으로 남겨놓아 의문이 무성했습니다.
[이수진 의원(지난 13일,제405회 전라북도의회 임시회)]
"현재 전라북도 홈페이지에 게재된 수의계약 정보에는 수의계약 사유만 쏙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유가 공개된 뒤 어처구니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천재지변, 작전상의 병력이동, 긴급한 행사가 바로 그 사유,
도청 구내 문구점이 6억 4천만 원이 넘는 잼버리 공중위생물품 구비 계약을 따내고 이틀 뒤 7천 8백만 원짜리 사업을 따낸 이유입니다.
통상 2천만 원 이하 계약, 여성·장애인·사회적 기업도 5천 만원 이하가 수의계약 대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긴급 이라는 표현만 붙이면 수의계약이 가능했던 겁니다.
[박혜진 기자]
"해당 계약들을 맺은 곳은 다름 아닌 본인을 전북 공무원 사이의 홍반장이라며 잼버리 백서 제작과 코로나 시설 구축 계약을 잇따라 따냈던 그 문구점이었습니다."
해당 문구점이 전라북도 또는 조직위와 맺은 잼버리 관련 계약은 모두 6건.
허위 서류가 드러나 자진 반납한 백서 제작부터 가이드맵 제작, 긴급구호 물품 구비 등 문구점과 관련 있다고 보기 힘든 계약들로 총 8억 4천여만 원을 챙겼습니다.
[전라북도 관계자(음성변조)]
"급하니까. 여러 군데 전화 다 돌려봤어요, 저희도. 유일하게 여기가 된다는 거예요."
지자체나 정부가 자체적으로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경우, 금액 제한없이 계약 담당 직원 마음대로 얼마든지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겁니다.
실제 올해 전북에서 치러진 국제대회 계약 현황을 보면 아태마스터스 대회는 전체 계약의 69%,
잼버리 대회는 전체 계약의 81%가 모두 수의계약으로 채워졌습니다.
[이수진 의원]
"자격 미달 업체라도 긴급한 상황이면 금액의 제한 없이 수의계약이 가능합니다. 이 상태로는 전라북도 투명 행정 기대할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드러나는 지자체의 내 맘대로 수의계약,
원칙 없이 맺은 계약 때문에 그동안 내역 공개를 꺼려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커지는 가운데 수의계약 자체를 제재할 조례 제정도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박혜진입니다.
영상취재: 김종민
그래픽: 안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