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연간 수백억 원을 투입해 스마트상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개발된 일부 앱이 엉터리에 가깝다는 사실 보도해 드렸는데요,
문제가 된 전주의 외식 배달앱 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의 사업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작 참여한 상인들은 사업의 존재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고, 주문용으로 배포된 태블릿 PC는 엉뚱한 곳에 가있었습니다.
전재웅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21년, 대한안경사협회에서 소상공인공단의 지원을 받아 활용하고 있는 주문 앱입니다.
전주의 외식업협회 배달 앱과 같이 소상공인의 디지털화를 돕겠다며 만든 겁니다.
직접 사용해 봤습니다.
이상하게도 등록된 모든 업체의 가격이 꾸민 것처럼 일정하게 표시됐는데, 전화로 가격을 물어 보면 엉뚱한 가격을 제시합니다.
[A 안경점]
"난시용 3만 9천원 이에요. 3만 9천원. (어플로 주문하면 좀 더 비싸게 되는 거예요?) 그렇죠."
[B 안경점]
"5만 5천원 입니다.. (어플로 주문은 할 수 있는 거예요?) 아뇨, 저희는 안 됩니다."
어플을 통해 콘텍트 렌즈를 구매하겠다 말하자 앱의 존재 자체를 묻는 곳도 상당수입니다.
[C 안경점]
"어플이요? 어, 그런 거 등록 안 했는데요? 어딘지 모르겠는데, 저희 그거 사용 안 하는데.."
[D 안경점]
"어디 어플에다 하시죠? 저희가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역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스마트상점 사업에 선정됐던 도내 한 전통시장,
이 시장의 31개 점포는 애플리케이션 대신 주문용 태블릿 PC를 지급받았습니다.
손님들이 상품을 모니터로 확인하고 주문을 할 수 있는 용도인데 방문한 10개 업소 가운데 실물을 볼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상인 1]
"교육도 했어요. 상인회 사무실에서..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집에다가 갖다 놓은 것 (같아요.)"
심지어 집에서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돌아옵니다.
[상인 2]
"(가게에 있어요?) 가게에 없어요. (뭐하는 데 쓰는 거예요?) 그냥 애들이 저기 하는 데 쓰죠."
해당 사업을 통해 시장에는 가게를 홍보하는 LED 전광판과, 시장 정보 안내 기기도 보급됐지만, 역시 기대했던 효과는 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전재웅 기자]
"시장 한편에 놓인 이 안내기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긴 하지만 이렇게 먼지가 손에 묻을 정도로 활용이 되지 않고, 보급된 대다수의 스마트 기기가 이해와 안내 부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식업중앙회가 배포한 주문용 태블릿 PC나 키오스크 역시 마찬가지.
표본 조사 결과 10곳중 8곳은 기기를 묵히고 있던 겁니다.
[기기 반납한 음식점주]
"다 반납했어요. 그 사람들은 설치를 대행해 준 사람들이었을 뿐이었고.. 세팅, 제가 하다가 그냥 말았어요."
이런 비효율적인 보급을 막기 위해 당초 해당 음식점의 의지를 확인할 방안으로 구입 급액의 일부를 자부담시키자는 계획이었지만, 기계는 거의 공짜로 보급됐습니다.
어째서인지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상인들의 자부담까지 예산으로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지방의회에서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의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최영심 (2021년 당시 도의원)]
"정말 동네에 있는 소규모 요식업에는 필요한 사업이 아니다 이 말씀을 드리고요. 보조금 자체가 이렇게 세워져 있는 게 합당하다고 보시는지요?"
[김용만 (2021년 당시 일자리경제본부장)]
"지금이야 공돈이 없는 시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자부담을 넣기는 하지만 특성에 따라서 중앙부처에서 설계할 때.."
공짜로 준다는데 마다할 상인은 없었을 터, 결국 막대한 예산은 목적도 불분명하게 흐지부지된 채 보조금 사업의 실적으로만 이용됐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스마트상점 10만개를 육성한다며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967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MBC뉴스 전재웅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