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헝가리에서도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 야기한 환경문제로 반발이 거세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국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차전지 산업이 일찍이 자리잡은 경북 포항에서도 영일만의 양식 어류가 폐사하는 등 몇몇 문제가 있었던 건데요,
이차전지 기업 입주가 장차 새만금에도 환경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박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얀 거품이 바다에 둥둥 떠다닙니다.
정체모를 희뿌연 액체가 하얀 띠를 만들었습니다.
모래사장에는 두부찌꺼기 같은 오염 물질이 다량 발견되기도 합니다.
양식장의 물고기 1.4톤 가량이 집단폐사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김규태 / 인근 낚시객]
"일반 하수구에서 나온 (물과) 냄새가 달라요. 화공 약품 냄새."
지난 2017년부터 이차전지 소재 제조 기업들이 자리 잡은 경북 포항 영일만 1산업단지 앞바다의 모습입니다.
민원이 빗발치자 2년 전, 경북보건환경연구원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수질 오염을 일으키는 부유물질이 적정치의 23배, 카드뮴은 사람의 건강보호 기준치의 1.5배나 높게 나왔습니다.
호흡곤란이나 간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1군 발암물질입니다.
영일만산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처리수 조사에서 공장 네 곳이 독성 폐수 허용치를 초과해 무단 배출한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생태독성이 기준치 보다 최소 8배에서 16배나 검출됐는데 모두 이차전지 소재 제조 공장이었습니다.
새만금에 입주 예정인 대부분의 기업처럼 양극재 등 소재를 제조하는 업체들입니다.
실시간으로 수질을 원격 감시하는 시스템이 있고 현장 점검도 진행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경북도 관계자(음성변조)]
"생태독성은 그 (모니터링) 항목에 들어가지가 않아요. 저희가 지도 점검해서 수질검사 통해서 생태독성 초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거라.."
국내 기술로는 독성 물질을 검출하지도 못할 정도로 모니터링이 허술한 게 현실입니다.
[박혜진 기자]
"문제는 해당 수질 측정 시스템이 최근 새만금위원회가 발표한 새만금 산단 환경오염 관리 대책과 같다는 겁니다."
현재 새만금 산단에 입주하기로 한 이차전지 소재 제조 업체는 16개.
업체가 자체 처리한 뒤 바다에 방류한다는 것이 폐기물 대책이어서 고독성, 고염도 폐수로 몸살을 앓지 않을까 우려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불법이 적발된다고 해도 최고 영업정지 10일 혹은 과징금은 매출액의 5%를 초과할 수 없게 돼 있어 사실상 처분은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강태창 의원]
"그린산단에 폐수 처리를 제대로 못 하는 업체들이 들어온다면 그건 말이 안 맞는 거잖아요. 폐수 처리를 강화시키고 그것에 대한 것을 책임질 수 있는 조례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전라북도는 수도권에서 기피 업종으로 분류될 만큼 황산 등 유독물질 사용을 알고 있지만, 경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
이차전지 산업의 위험성을 알고도 투자 유치 성과에 급급해 입주를 허용했는지,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혜진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
그래픽: 안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