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 앵 커 ▶
전주시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도시재생 정책의 현주소, 잇달아 조명합니다.
전주시청 맞은편에는 성매매 집결지가 있었는데요, 이를 예술촌으로 살려 상생을 도모하는 사업이 시행된 바 있습니다.
업소들이 모두 폐쇄되면서 '성공 사례'로 치부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방치된 빈집이 수두룩한 데다 청년 예술가의 활동도 끊길 상황이어서 도시재생이 맞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주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대낮인데도 황량한 전주 시내의 한 뒷골목,
방치된 건물의 커다란 유리문 너머로 과거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가구와 이불 등이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곳곳에 임대 표시가 붙은 건물, 열린 문 안쪽으로 으슥한 공간도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박소영 / 전주시 평화동]
"좋지는 않죠. 아무래도 유리도 또 저녁에 누가 그런지 모르겠지만 돌 던져서 깨진 것도 좀 보이고 하다 보니까."
그런데 이곳,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입니다.
성매매 업소가 밀집했던 일명, 선미촌 일대를 '노송동 예술촌'으로 탈바꿈시킨다며 사업이 진행된 겁니다.
전주시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몇몇 거점시설들을 매입하는 등 총 217억 원가량을 들여 문화 재생을 추진했습니다.
물론, 성과는 적지 않습니다.
2000년대 초반 85곳에 달했던 선미촌 내 성매매 업소는 2021년 말 모두 사라졌습니다.
[신화엽 / 노송동 40년 거주]
"지나가면서 보면 어떻게 하나 이런 게 항상 두려웠고 그랬는데, 없어지고 나니까 참 좋은 거죠. 많이, 완전히 바뀌었으니까."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언급되면서, 파주시도 용주골의 성매매 업소들을 퇴출시키는 모델로 삼았습니다.
밀어버리는 방식의 기존 도시재생과 달리 전주처럼 성매매 피해자를 사회로 복귀시키고, 예술촌으로 되살리는 상생 방식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이주연 기자]
"성매매 업소들이 나간 빈집들은 여전히 이렇게 방치돼 있고, 예술촌을 구성해 나가야 할 예술가들이 정작 설자리를 잃었습니다."
지난해까지 빈 업소를 활용해 공예 배우기와 카페 운영 등 일명 '리빙랩' 사업을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올해부터는 중단된 상황,
예술을 꽃피우겠다며 이곳을 찾은 이들도 결국 하나둘 떠나고 있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청년 예술가들은 성매매 업소 퇴출이 끝이 아닌 시작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성혁 / 성악가 놀라운예술터 센터장]
"폐쇄는 됐는데 그다음에 그러면 예술촌의 기능들을 마땅히 해나가야 되는데, 왜냐하면 예술촌이니까요. 근데 그 기능들은 실제 많이 고민되지 않고.."
빈집만 덩그러니 남고 예술촌 조성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것이 현실인데, 전주시는 성매매 업소가 모두 퇴출됐기에 이미 성공적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온승필 / 전주시청 도시정비관리팀장]
"선미촌 퇴출이 원래 목적이었으니까요. (내년 예산은 아예 편성된 게 없는 건가요 일단은?) 선미촌 관련돼가지고 편성된 건 없고요."
도시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지자체의 막대한 예산 투자,
정작 사업이 끝난 후에는 방치되는 곳이 대다수여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