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40년 가동을 끝으로 중단이 예고돼 있던 한빛원전 1, 2호기의 수명 연장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법적 절차에 돌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지자체가 요구한 보완 요청을 일축하고,
찬반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수용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요식행위를 거쳐 가동을 강행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주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압경수로, 방사성물질, 원자로, 제어봉, 가압기.
전문적인 용어가 가득한 이 문서,
인근 주민들에게 공람될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 설명자료입니다.
85년과 86년에 각각 운영 허가를 받아 2~3년 안에 가동 중단을 앞두고 있던 한빛원전 1,2호기를 10년 더 가동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이 작성했습니다.
한수원이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인근 지자체에 보내면, 지자체는 10일 이내에 신문공고를 해야 하고, 주민공람과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본이 완성됩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는 전문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지적합니다.
[박종락 / 전북 부안군]
"전문적으로 들어가면은 주민들이 자세히 알 수가 없어요. 홍보 아무리 해도."
전남 영광에 위치한 한빛원전으로부터 30km 이내에 위치한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대상인데, 전남 영광, 무안, 장성, 함평, 전북에서는 부안과 고창이 포함돼 있습니다.
[지자체 관계자(음성변조)]
"저희가 보기에도 진짜 난해한 내용들이에요 다 솔직히. 주민들이 보기에는 더 힘들죠. 전문가 아니면.."
고창 등 일부 지자체들은 이 초안에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전문가들에게 관련 용역까지 추진해 문제점을 나열하고, 한수원에 이를 보완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지자체 보완 요청 사항에는 이번 초안에 방사선 영향평가에 대한 최신 기술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으니, 이를 재평가해 다시 제출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지자체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가 기준에 맞게 작성됐는지만 확인해야 한다며,
기술적인 내용은 관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보냈습니다.
[지자체 관계자(음성변조)]
"공람하라고 저희한테, 너희 이렇게 기술적인 면을 검토할 필요 없으니 빨리 공람 진행해라.. 공문에 그렇게 쓰여 있었어요."
전라북도도 주민 불안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부안과 고창을 거들었지만,
한수원은 이번 절차가 단지 관련 의견만을 수렴할 뿐, 찬반에 대한 주민 입장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한수원 관계자(음성변조)]
"반대한다는 의견은 보고서에 쓸 필요는 없죠. 국가 정책의 보고서에다가 안 한다는 말을 쓸 수는 없잖아요. (반대를) 원하신다면 다른 구제를 하면 되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든지.."
전문용어가 장황하게 나열된 문서를 살펴보고, 이에 대해서는 찬성 또는 반대 입장도 내지 말라는 뜻이어서, 사실상 요식행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김지은 / 전북녹색연합]
"법에서 주민이 어떠한 의사결정, 거부할 권리도 주어지지 않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도 전혀 없는 거예요."
실무 절차까지 밟으며 한빛원전 1,2호기 수명 연장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일방통행식 추진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주연입니다.
영상취재: 유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