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달 초 지리산 일대에서 진행된 자전거 대회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전날까지 내린 많은 비로 경찰과 지자체가 연기나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회를 강행하다 결국 중단한 건데요.
주최 측의 무리한 대회 운영에 적지 않은 참가비를 낸 천여 명의 신청자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6일, 남원 지리산 일대에서 열린 장거리 자전거 대회,
먹구름이 잔뜩 낀 궂은 날씨 속에 수백 명의 자전거 동호인들이 주행을 시작합니다.
지리산 코스 진입 전부터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비,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르막길 아래로 빗물이 흐르는 모습도 보입니다.
전체 159km 구간 중 37km 가량 진행된 시점, 짙은 안개와 낙석 우려 등으로 결국 대회는 중단됐습니다.
[대회 관계자]
"죄송합니다. 앞에서 경찰서에서 진행을 불가하게 만들어서 저희가 어차피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신청자만 1,200여 명에 달하는 대회,
6만 6천 원의 적지 않은 비용을 낸 참가자들은 악천후가 예견된 상황에서 주최 측이 무리하게 대회를 강행했다고 호소합니다.
대회 전날까지 이틀 동안 남원 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86.1mm, 대회 홈페이지에는 안전을 이유로 대회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습니다.
하지만 주최 측은 환불 기한은 행사 5개월 전이라며 환불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김호성 / 대회 참가자]
"내려오는 다운힐 구간은 굉장히 위험하고, 마른 날에도 사고가 날 수 있거든요. 실제로 나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걸 강행했다, 여러 가지 어떤 추측성 생각들이 막 드는 거죠."
실제로 대회 전날, 남원경찰서는 많은 비로 사고 위험이 높다며 대회를 중단하거나 연기해달라고 공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대회를 강행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전면적으로 통행 제한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습니다.
인접 구례경찰서와 남원시도 수차례 대회 중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경찰 관계자]
"일기예보가 비가 잡혀 있었죠. 거기가 경사가 심하고 산악 내리막길에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서 공문을 미리 보냈죠."
논란은 또 있습니다.
당초 대회 참가 메달은 지리산과 반달곰을 형상화한 형태로 디자인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참가자들이 받은 건 일반적인 원형 도금 메달로 김주열 열사의 얼굴과 함께 '추모 라이딩'이라는 생소한 대회명이 새겨져 있습니다.
남원시가 '김주열 열사 자전거 대회'라는 명목으로 이 대회에 2천만 원을 지원했는데, 참가자들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남원시 관계자]
"4.19 행사 전에 하려고 하는 게 우리 계획이었는데...'도저히 3월 초는 불가능하겠다', 그럼 (대회) 이름은 변경해라. (주요) 지원 목적은 체육이에요. (추모라는) 사회적인 목적은 아니에요."
대회를 주관한 남원시 자전거협회 관계자는 대회 3일 전 시간당 5mm 이상 비가 오면 당일 행사가 취소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며,
가을에 열릴 다음 대회에 참가하면 참가비를 50% 할인해 주겠지만 직접적인 환불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남원시 자전거협회 관계자]
"2, 3일 놔두고 저한테 공문 보내 주신 거, 이런 부분들은 본인들은 책임 없으니 너 혼자 책임져라 이런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남원시는 일단 보조금을 정산한 뒤 다음 예산 심사 때 반영해 보조금 지급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주최 측은 이미 기념품 지급 등으로 예산을 사용해버렸다고 주장하고 있어 참가자들이 피해를 보상받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MBC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김관중
영상제공: YouTube '순례자김호성', '얼리어뎁터TV', '싱글타는펩시'
그래픽: 김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