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희는 얼마 전 남원의 한 마을 이장이 마을의 공동 창고를 자신 앞으로 돌려놓은 사실을 보도한 적 있습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이장의 일방적 전횡을 고발한 보도는 인터넷 상에서 백만 회 가까운 조회를 기록할 만큼, 큰 반향을 얻었는데요.
보도 이후 저희에게는 마을 이장의 비리 의혹을 알려오는 제보들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오늘 취재한 곳은 장수군의 한 마을인데, 마을 공동 소유의 논을 마을 이장이 주민 동의 없이 매각해버렸고, 이장의 아들이 현재 소유자가 됐습니다.
주민 도장에, 통장까지 쥐고 있는 이장이 공동재산을 자식에게 빼돌린 것 아니냐며 주민들은 분개하고 있습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민 70여 명이 살고 있는 장수군의 한 마을.
마을 초입에 있는 주민 공동 소유의 논 3,037㎡, 약 900평이 소리 소문 없이 매각된 것이 알려져 주민들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농어촌공사에 팔린 뒤 어느새 마을 이장의 아들로 소유권이 넘어간 것,
공동 소유자였던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새까맣게 몰랐습니다.
[A 씨 / 00마을 주민]
"3명이서 공동 명의였는데, 논을 팔았다고 하더라고요. 마을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거예요."
[B 씨 / 00마을 주민]
"우리가 서류를 떼어서 가져와봐라라고 그랬더니 아들 앞으로 이전을 해버린 거예요. 마을 사람들도 이전했다는 걸 모르더라고요."
땅이 팔린 사실은 주민들이 마을 회관 건립 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3년여 전 장수군으로부터 9천만 원을 보조받아 회관을 지었는데 주민도 3,000만 원가량을 자부담해야 한다며 농어촌공사에 땅을 팔았고, 그걸 아들이 되샀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힌 겁니다.
이장은 주민들이 마을 일에 참여하지 않아 사전에 동의를 구할 수 없었다는 궁색한 변명입니다.
[00마을 이장]
"(5~6명 나왔는데) 그것 가지고는 안 되잖아. 그때 회의를 했으면 끝났어요. 그런데 사람이 안 나와가지고."
마을 이장은 매매계약서에 주민 3명의 도장이 찍혀 있지 않느냐 반박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도장을 마을 이장이 관리하는 것이 현실,
마을 주민 대다수가 80대 이상 고령층인 점을 이용해 마을 재산을 사유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C 씨 / 00마을 주민]
"시간 지나서 어르신들 다 떠나시면 자동적으로 명의가 돼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것 아닙니까. 자기 아들 이름으로 해놓고. 이걸 사유화가 됐다고 보지. 이걸 마을 것이라고 누가 보겠습니까."
실제 농어촌공사에 매각된 땅은 불과 하루 만에 이장 아들로 소유권이 바뀌어 더더욱 의심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D 씨 / 00마을 주민]
"매매 건도 황당한데, 뜬금없이 이장님 아들 소유로 매매가 됐다. 이제 회의를 하다가 그런 이야기가 나온 거예요."
이장은 공동 재산의 판매 대금은 마을회관 공사에 투입했고 아들 역시 자신의 돈으로 논을 매입했다고 밝히지만, 주민들은 원성과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MBC 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진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