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순창의 한 골프장 확장 공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골프장 인근에 멸종위기 동물들이 있는데 이를 숨겼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환경당국은 환경단체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현장 조사도 하지 않아, 편들기 아닌지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순창군 순화리에 자리 잡은 9홀짜리 골프장,

골프장 운영업체는 오는 2025년까지 770억여 원의 사업비를 들여 18홀 규모로 확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존 면적의 4배 수준인 80만여㎡ 규모로 넓히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골프장 근처에 지정된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사실상 개발을 할 수 없는 곳입니다.

[이정현 / 전북환경운동연합]

"보전 가치가 큰 생물 자원들이 존재하고 분포하는 지역에 지정을 하게 돼 있는데요. 여기는 골짜기, 묵논, 저수지, 하천으로 이어지는 수생태계도 굉장히 안정적이어서 법적 보호 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확장 예정 부지 내에도 만 5,000㎡ 가량의 보전 구역이 지정돼 있던 상황, 

그런데 지난해 5월, 어찌 된 일인지 환경부는 생태자연도 등급을 2등급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5년에 한 번씩 정기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업체 측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생태자연도 하향 조정을 위해 업체 측이 제출한 이의 신청서에는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표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직전에 시작된 업체 자체 조사에서는 부지 인근에서 하늘다람쥐와 삵 등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 5종이 목격되거나 흔적이 다수 발견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들은 이 서류를 근거로 업체 측이 멸종위기종이 있음을 알면서도 일부러 숨긴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습니다.

[전세용 / 순창 골프장 확장 반대 주민 대책위]

"본인들이 조사해서 발견해놓고 골프장 확장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걸림돌이 되니까, 허위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환경부 역시 당시 소나무 군락 등 식생 보전가치에 대한 조사만 했을 뿐, 멸종위기종 서식에 대한 현장 조사는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업체 측의 3차례 조사 중 1차 조사가 끝난 시점에서는 멸종위기종 등이 발견되지 않아 현장 조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며, 결정을 뒤집거나 재조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국립생태원 관계자]

"과거에 조사됐던 자료를 기초로 그 면적에 대해서는 주변에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출현한 기록도 없었고... 출현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었다면 저희가 조사했을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개발업체 측은 추후 내용을 정리해 해명하겠다며 논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관련 법리를 검토해 고발 등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강미이

그래픽: 김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