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MBC 자료사진]
◀앵커▶
농촌 일손 문제를 해소하고자 도입한 계절근로자제도..
그 이면에 이들을 국내로 데려오며 알선수수료 명목으로 이익을 챙기는 브로커가 있었다고 보도했죠.
알고보니 해외 모집 과정에서부터 브로커가 개입하고 근로계약도 비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조수영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E-8'.
최장 5개월까지 체류가 가능한 이 비자를 받고 입국하는 계절노동자에게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190여만 원의 월급이 보장됩니다.
농장주가 숙식을 제공하는 댓가로 일부 금액을 제외하면 150여 만원을 받습니다.
그런데 상당수 계절노동자들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필리핀 노동자의 월급 통장.
지난 4일, 월급으로 지급된 154만 원이 통장에 찍혔는데, 고스란히 '김 모 씨' 계좌로 빠져나갔습니다.
또 다른 계절노동자의 통장, 역시 김 씨 계좌로 월급이 이체된 기록이 선명합니다.
월급날마다 김 모 씨가 통장에서 돈을 쓸어가다시피한 겁니다.
왜 계절노동자들은 번 돈을 순순히 김 모 씨에게 송금하는 걸까.
계절노동자들의 통장을 직접 관리했다고 실토한 사람은 브로커,
그는 필리핀에 거주하는 김 모 씨 지시를 받고 국내에서 인력관리를 하며 노동자들의 돈을 송금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계절근로 브로커]
"이 분(김 모 씨)가 원래 타지역에서 이 계절근로를 굉장히 우수하게 잘 한다고 한국에 정평이 나 있었어요."
필리핀 교민으로 전해진 김 씨는 이른바 '김회장'으로 불리며 계절노동자들을 모집해 한국에 보낸 인물.
취재진은 어렵사리 필리핀의 '김 회장'과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필리핀 주정부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김 씨.
한국으로 보낸 계절노동자들의 월급은 필리핀 주정부가 별도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됐다며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내에서 농장주와 계절노동자들이 맺는 근로계약과는 달리 필리핀에서 체결되는 별도의 계약이 있었다는 겁니다.
[김 모 씨(일명 '김회장')]
"(필리핀) 주정부에서는 걔네들 월급, 계약한 월급은 다 줍니다. 계약한 금액은 4~5만 페소(원화 97만원~121만 원) 다 달라요. 120만 원부터 150만 원, 180만 원까지 있어요."
계절노동자들의 임금은 자신이 가져가고, 대신 필리핀 정부가 임금을 준다는 건데, 사실일까?
취재진이 입수한 필리핀 계절노동자의 임금지급 대장입니다.
김 씨의 말처럼 필리핀 현지에서 '농민수당 급여'로 월급이 지급됐습니다.
그 돈이 1만 5천 필리핀 페소, 우리 돈으로 35만 원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체류 기간을 모두 채우면 2만 페소를 더 쳐줬다는 건데, 그래봐야 한 달 월급은 90만 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한국 농가에서 받은 약 150만 원이 필리핀의 김 씨에게 송금되고, 필리핀 정부로부터 떨어지는 돈은 80여만 원.
어림잡아 60만 원 정도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노동 대가를 다른 사람이 관리하고, 월급을 모두 빼내가는 지급방식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김 씨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 모 씨(일명 '김회장')]
"(필리핀) 주정부에서 관리를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하고 계약을 한 것이기 때문에 해야 합니다."
-영상취재 서정희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