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도의회가 난데없이 천만 원이 훨씬 넘는 예산을 들여 청사 내외부에 설치된 대형 의회문양을 교체했습니다.
조례에 맞지 않게 잘 못 설치됐었다는 건데, 지난 7년간 엉뚱한 문양을 내걸었다는 얘깁니다.
또다른 교체 이유로 든 '일제의 잔재'라는 표현도 사실은 아무 근거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태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난데없이 청사에 설치된 의회문양 바꾸기 공사에 착수한 전북도의회.
청사 외부 전면과 본회의장 문양 교체에 투입된 예산만 천 6백만 원입니다.
왜 바꾸는 것일까?
우선 조례상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5년 도의회는 당초 한문으로 '의논할 의'자가 표시된 문양을 한글로 바꾼다는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했습니다.
물론 다른 시도의회와 보조를 맞춰 문양의 색상과 규격, 비율까지 특정해 별표로 표시까지 했습니다.
그러고나서 새로 문양을 바꿔 달았는데 조례의 디자인과 전혀 딴판으로 제작됐고, 결국 다른 시도 의회와는 전혀 다른, 엉터리 문양이 지난 7년간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도의회 관계자]
"이 틀(조례 규정)을 가지고 주문 제작을 하면서 좀 세세하기 작성(제작)이 안 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죠."
교체의 또다른 이유는 문양의 표현 방식이 속을 파내 형태를 만드는 음각 방법으로, 일제의 잔재라는 의견이 많았다는 점.
그런데 다수라던 의견은 사실 도의원 한 명의 사견에 불과했고, 그 의견 역시 자신이 일본에 가봤더니 의회 문양이 음각으로 처리된 점이 비슷하더라는 개인적인 경험이 전부였습니다.
[김정수 /도의원]
"일본에 가니까 대개 (의회) 뱃지들이 이런 음각을 지향했어요. 일본과 똑같은 모습은 안되겠다라고 해서..."
도의회 공문서에까지 일제 잔재라고 표현될 만큼 객관적이고 학술적인 근거는 있을까?
취재진의 문제 제기에 부랴부랴 전문가 자문에 나선 도의회는 이내 말을 바꿉니다.
[도의회 관계자]
"물어보긴 했었는데 전문가가 '이걸 일제 잔재라고 규정하기에는 쉽지 않다', 그런 말을 들었죠."
7년 동안 엉뚱한 문양을 버젓이 내걸어온 도의회, 더구나 천 6백만 원을 들여서 바꿔야 한다는 이유 또한 엉터리에 가까웠습니다.
MBC 뉴스 정태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