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권 개입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전주MBC를 통해 공개되면서 선거 판세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녹취에는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 또 있습니다.
이들 선거 브로커들이 일부 국회의원과 현직 단체장에게도 돈을 건넸고, 특히 이번 단체장 선거 개입도 서슴지 않겠다는 발언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전주MBC는 그간 녹취록의 추가 공개 여부를 놓고 고민했지만, 이 발언의 당사자인 김 모 기자가 지역 일간지의 국회 출입기자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이라고 판단해 방송을 결정했습니다.
고차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서울에서 국회와 정치 전반을 담당하는 지역 일간지 김 모 기자.
지인과의 대화 과정에서 자신의 신문사 임원 A씨가 현직 국회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말을 합니다.
- 기자 : "A가 불면 다 죽어. 전라북도 정치권이 다 죽어. 이제 000(국회의원)까지 죽어. 000도 내가 엮어 줬잖아,또. 수요일날. 000도 5천만원 줬잖아."
- 지인 : "수요일 날?"
- 기자 : "그래, 어제...."
전달한 액수와 날짜, 그리고 전달자와 자신의 역할을 생생하게 설명합니다.
또 다른 국회의원, 현직 단체장에게도 브로커 A씨가 돈을 댔다는 발언을 합니다.
- 기자 : "아까 *** 형(국회의원)이 그러더라고. "A는 애가 저렇게 생겼어도.."
- 지인 : "아, ***(국회의원)도 (A를) 잘 알아?"
- 기자 : "스폰서잖아. 그니까 (A가) @@@(현직 단체장)스폰서, ***(국회의원)스폰서야, 저 형(A)은 어떻게 하냐. 돈으로 다 옭아맸어."
정치권에 돈을 건넨 장본인으로 신문사 임원 A씨를 특정해 지속적으로 거론합니다.
김 기자는 한술 더 떠 선거 개입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 기자 : "차라리, ^^군수로 &&&형을 하자고."
- 지인 : "^^군수?"
- 기자 : "&&&형하고 아침에 000형(국회의원)하고 셋이 만났어. 000형(국회의원)이 이 양반을 해주기로 했고."
- 기자 : "000형(국회의원)이 나한테, 대놓고 "&&& 형을 (^^군수로) 만들자 이거야."
그러면서 그 후보가 당선만 되면 행정을 쥐락펴락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냅니다.
- 지인 : "그 사람이 군수가 되면 너한테 좀 도움이 되는거야?"
- 기자 : "좀이 아니라, 내가 다 하지. 오히려 제일 편하지,차라리. ^^군수, $$군수 이 두 군데."
A 씨는 현재 휴대 전화를 끄고 연락이 안되는 상황.
수년째 해당 신문사 소속으로 국회를 출입하고 있는 김 모 기자는 현재 한국기자협회 내 주요 직책도 맡고 있습니다.
◀ 앵커 ▶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김 기자가 최근 공개행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 문제의 대화들이 다 허황된 것이라며, 그 근거가 당시 자신이 만취한 상태였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전주MBC가 입수한 녹음 파일을 면밀히 분석해봤는데, 김 기자의 해명처럼 늦은 밤 만취한 상태로 술집에서 나눈 말이 아니라, 대낮에 자신의 출입처인 국회에서 나눈 대화였습니다.
◀ 리포트 ▶
김 기자가 공개를 전제로 모 선거 캠프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입니다.
문제의 녹취가 술이 만취된 상태에서 나온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표현이 말끝마다 등장합니다.
술 먹고 한 얘기이기 때문에 다 거짓이라는 해괴한 논리가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
MBC가 입수한 두개의 녹음 파일 속 김 기자의 대화는 모두 점심 이후 차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 기자 : "밥 먹었냐? 야 왜 이렇게 의자가 꺼졌어?"
- 지인 : "다른 사람이 타가지고.."
녹음 파일 정보를 보면 14분짜리 녹음 파일은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1시 45분에 녹음이 종료됐습니다.
저녁을 먹고 동료 기자 등과 소문을 떠벌렸다는 주장과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장소 역시 국회로 경내와 주변에서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는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 지인 : "야 빨리 기자증, 빨리 보여줘. 기자입니다."
- 기자 : "출입기자요"
- 국회관계자 : "들어가세요"
- 지인 : "야 뭐 이렇게 경찰들이 쫙 깔렸냐"
- 지인 : "이동할게요 도서관쪽으로 갈까"
- 기자 : "원래 이렇게 빡빡하지 않은데.."
- 국회관계자 : "오늘 행사가 있어서요"
- 지인 : "네 알겠습니다"
1시간 5분짜리 또 다른 녹음 파일은 역시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2시 26분에 녹음이 종료됐습니다.
이 녹음 파일에도 술자리를 연상하는 소음이나 분위기는 전혀 없고, 김 기자 스스로 술자리는 전날 있었다고 말합니다.
- 지인 : "아까 자리에다 세워놔도 되겠다"
- 기자 : "어제는 술을 **(많이) 먹어가지고"
- 지인 : "어제도?"
지인의 발언 또한 이들의 대화 시간이 한밤중이라는 김 기자의 주장과 거리가 멉니다.
- 지인 : "가자. 야, 이제는 햇볕 찾아다닌다. 이제는 햇볕 찾아 다녀."
본인 스스로 신문사 임원 A의 제안을 이중선 예비후보에게 종용했다고도 말합니다.
- 기자 : "나는 A가 너(이중선)한테 필요하다고 본다. A가 저렇게 좀 독단적인 면이 있지만 그래도 끌고 갈 필요가 있다" 그 얘기를 내가 했지. 너 돈 안정적으로, 돈 어디서 나오냐? 어? A의 돈 먹어서 탈 난 사람 없다."
김 모 기자의 해명과 달리 MBC가 입수한 대화 전체는 술과는 무관해 보입니다.
만약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눈 또 다른 술자리가 있었다면 해당 발언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었음을 의미입니다.
또한 녹음 파일 속 일부 내용은 이중선 후보에 의해 실제로 행해졌음이 확인된 상황.
기자가 낀 브로커 집단이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무슨 일을 벌여왔고 무슨 일을 획책하고 있었는지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고차원입니다.